[사설]청문회 무력화하는 통일부 장관 후보의 자료 제출 기피

동아일보 입력 2020-07-14 00:00수정 2020-07-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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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은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측이 아들의 병역과 스위스 유학 자금 출처 등에 대한 인사청문회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자 측이 “너무 민감해서 못 주겠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그러자 통일부는 “그런 내용으로 말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실무적으로 검토 중이며 준비되는 대로 바로 제출하겠다고 했다. 여야는 23일 이 후보자 청문회 개최에 잠정 합의한 상태다.

올해 26세인 이 후보자 아들은 2014년 척추관절병증으로 5급 전시근로역 판정을 받아 현역 입영을 면제받았다. 2년 뒤 이 처분 변경을 요청해 같은 판정을 받았다. 5급은 민방위로 편입돼 예비군 훈련도 받지 않는다. 야당은 첫 5급 판정 경위와 입영 면제를 받았는데도 다시 처분 변경을 요구한 이유 등이 석연치 않다고 보고 있다. 또한 이 후보자 아들이 유학한 스위스 학교는 등록금만 연간 2만5000달러가 넘는다고 한다. 물가도 높아 학비와 생활비 부담이 만만찮았을 것이다. 이 후보자는 상세한 소명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1월 정세균 국무총리는 세금 납부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청문회 시작부터 파행을 겪었다. 지난해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청문회 당일까지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자료 제출을 거부했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자료 제출 거부 논란에 휩싸였다. 차일피일 미루다가 자료를 제출하면 청문위원들이 촉박한 청문회 일정에 쫓겨 자료 검토조차 제대로 못 한 적이 다반사였다. 청문회만 적당히 끝내면 대통령 임명으로 이어질 것이란 계산으로 버티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청문보고서 채택이 안 됐는데도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 장관급 인사는 23명으로 역대 가장 많다. 국회 인사청문회는 삼권분립 원칙을 제도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국회에 부여된 권한이지만 사실상 요식행위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무기력한 야당의 한계도 있지만 청와대의 독주를 여당이 거드는 낡은 행태 탓도 크다. 이번 인사청문회는 4·15총선 이후 처음 열린다. 그동안 여당의 단독 원(院) 구성과 상임위원장 독식에 이어 인사청문회마저 거여(巨與)의 힘자랑 속에 빈껍데기 청문회가 된다면 행정부 견제라는 국회 본연의 기능은 무력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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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인사청문회 자료 제출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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