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동산 정책 다 작동하고 있다”는 착각과 오판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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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그제 국회에서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실패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지금까지 정책은 다 작동하고 있다”며 실패를 부인했다. 부동산 대책을 21번이나 내놨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4번째다. 언론들이 온갖 것을 다 카운트했다”며 언론 탓까지 했다. 다주택자들의 종합부동산세를 높이는 지난해 12·16대책이 20대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며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김 장관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의 인식은 현실과 괴리가 크다. 경실련은 최근 KB국민은행 자료 등을 토대로 문재인 정부 3년간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52%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합친 기간의 상승률인 26%의 두 배다. 국토부는 곧바로 한국감정원 조사를 바탕으로 상승률이 14%라고 반박했다. 어느 쪽이 옳은지는 서울 시민과 국민이 판단할 것이다.

분양가 상한제와 재건축 규제로 ‘로또’가 된 새 아파트에 당첨되기 위해 청약 경쟁률은 수백 대 1에 이르고 전세난도 점점 심해지고 있다. 반면에 중앙부처 고위 공직자들은 3명 중 1명이 2주택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 청와대도 비서관급 이상 참모 가운데 12명이 다주택자다. 청와대와 정부 여당 관계자들부터 정부 대책이 못 미더워 부동산을 쥐고 있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치솟는 집값에 발만 동동 구르는 서민들이 ‘사다리 걷어차기’라고 분노하는 이유다.

김 장관은 한 TV 방송에 출연해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다주택자에 대한 세 부담을 강화하고 투자 차익을 환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금을 높이고 대출을 죄면 부동산 가격을 잡을 수 있다는 인식은 안이하다. 지난 2년간 주택담보대출을 가장 많이 받은 세대는 30대로, 102조 원이나 빌렸다. 집값이 자꾸 오르자 불안해진 사람들이 ‘공포의 매수’를 하고 있는 것이다. 진짜 투기꾼은 못 잡고, 대출을 끼고라도 내 집 하나 장만하려는 실수요자들을 투기꾼으로 모는 형국이다. 정책 당국자의 인식이 잘못되면 현실을 바로잡기 어렵다. 아마추어적인 정책으로 거주 수단이던 주택을 되레 투자 대상으로 만든 게 아닌지 종합적으로 재검토하기 바란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6·17 부동산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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