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협치” 약속 팽개친 채 21대 국회 시작부터 파행으로 문 열 건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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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어제 취임 인사차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를 예방했다. 21대 국회에서 여야 당 대표급 첫 회동이다. 두 사람은 코로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와 재정 역할의 중요성에 공감했다. 김 위원장이 “정부의 노력에 저희도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운을 떼자, 이 대표는 “기존과는 다른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면한 개원(開院) 협상을 놓고 여야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여당은 “정쟁 때문에 국회를 멈추고 타협하는 것은 협치가 아니다”며 국회법상 시한인 5일 단독 국회라도 열겠다고 했고, 야당은 “협상 없는 단독 개원은 독재적 발상”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여당은 범여권 성향 의석까지 합쳐 단독 개원을 강행할 태세다. 21대 국회가 파행으로 시작될까 우려된다.

역대 국회에서 여야가 원 구성 협상을 하면 초반엔 말 전쟁으로 전운이 감돌았지만 여야 의석수 비례 배분으로 정리되는 것이 불문율이었다. 이번 협상의 최대 쟁점인 법제사법위원장은 민주화 이후 관행상 제2당 몫이었다. 국회 운영만큼은 다수당의 독식을 막고 균형을 잡기 위한 협치를 구현하기 위해서였다. 177석 거여(巨與)가 등장했다고 해서 지금껏 공유된 관행까지 뒤집는다면 협치 정신을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기조 위에서 여야가 막판 협상을 벌인다면 21대 국회의 정상적인 개원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는 지난달 청와대 오찬에서 여야정 정책협의체 가동과 정무장관 신설 검토 등에 의견을 모으면서 협치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협치는 일방의 강요로는 이뤄질 수 없다. 민주화 이후 여대야소(與大野小) 정국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진통이 있더라도 상임위원장 인선은 의석수 비례 배분에 의해 출구를 찾아왔다. 더욱이 코로나 위기극복이라는 국가적 과제 앞에서 여야가 한목소리를 내야 할 때에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볼썽사나운 국회 파행이 재연된다면 국민들이 이번 국회를 어떻게 바라보겠는가.
#3차 추경#개원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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