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위’ ‘좋은 며느리’ 되지 말자[직장인을 위한 김호의 ‘생존의 방식’]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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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직장인이 겪는 변화에는 이직이나 승진(혹은 탈락)도 있지만, 누군가와 함께 살거나 헤어지는 것도 있다. 최근 30대 직장인 두 친구와 결혼 이야기를 했다. 한 사람은 결혼을 앞두고 있고, 또 한 사람은 당분간 결혼 생각이 없다. 누군가와 함께 살기로 결심하는 다양한 형태 중의 하나인 결혼에 대해 말해보자. 결혼으로 안정감을 갖는 사람도 있지만, 갈등으로 고생하는 사람도 있다.

최근 다양한 측면에서 ‘뉴 노멀’에 대해 이야기한다. 결혼에서도 ‘올드 노멀’과 ‘뉴 노멀’이 있지 않을까? 어릴 때부터 내가 봐온 가족이나 친척, 속사정을 나눈 친구들의 경험을 돌아보면 그 모든 관계에는 문제가 있다. 대놓고 이야기하지 않을 뿐이다. 결혼으로 인한 갈등의 바닥에는 결혼을 ‘두 집안의 만남’으로 생각하는 것에 있다고 나는 본다. 결혼은 두 개인이 만나 자기들의 삶을 꾸려가는 것이다. 집안의 만남으로 틀 짓는 순간 너무나 많은 갈등에 얽히는 것을 보아왔다.

결혼하는 이에게 축하 카드를 쓸 때 내가 적는 말이 있다. “좋은 며느리(사위) 되지 마세요!” 중요한 것은 두 사람이 서로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며, 가족 포함 주변 사람들은 그 두 사람이 자기들만의 방식대로 살아가도록 응원하거나 내버려 두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바쁘게 살아가는 부부는 평일에 제대로 이야기할 시간도 없다. 주말에나 온전히 부부만의 휴식과 시간을 갖는다. 그런데 ‘집안’이 주말에 개입하면서 쉬지 못하고, 양가를 오가면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를 많이 본다. 꼭 보고 싶지도 않은데 말이다. 중요한 것은 어느 ‘집안’의 의견이 아니라 두 개인의 의견이다. 두 사람이 무엇을 원하는지 결정할 수 있다. 찾아가는 횟수를 줄이거나, 한쪽에 치우쳐 찾아가던 것을 번갈아 갈 수도 있다.

결혼 전문가가 아니지만 강연 후 남편의 부모와 갈등 때문에 고민하고 있던 한 여성 관객으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시끄럽지 않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그런 방법은 없다고 했다. 두 사람의 의견을 명확히 하고 나서는 설득해보고, 싸워야 할 때가 있다면 시끄러워지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보다 본인에게 많은 힘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가끔씩 원래 의도를 다시 바라봐야 한다. 결혼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 사람의 부모와 잘 살기 위해 혹은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 상대방과 새로운 삶을 만들어가면서 각자의 개인적인 성취에도 서로 도움을 주기 위해서? 결혼을 연구하는 사회심리학자 엘리 핀켈은 부부가 각자 갖고 있는 개인적 성취에 대한 그림을 되도록 빨리 나누라고 조언한다. 나에게 이상적인 것이 상대에게는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런 시나리오를 생각해보자. ‘한 직장인이 동료와 숙소를 공유하기로 했다.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자신의 룸메이트가 모든 집안일을 떠맡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만약 룸메이트가 “괜찮아요, 나는 집안일 좋아하거든요”라고 말한다 해도 양심상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합리적 반응이다. 이는 사회심리학자 대릴 벰과 샌드라 벰이 1970년대 평등한 결혼을 위한 강연을 할 때 제시한 ‘룸메이트 테스트’를 변형한 것이다.

이 테스트는 룸메이트에게 부당하다고 느끼는 것을 배우자에게는 당연시하고 있지 않은지 돌아보기 위한 것이다. 뉴 노멀은 과거가 아닌 현재를 살아가는 방식이다. 내 결혼생활이 현재를 살고 있는지 알고 싶다면 위의 문장에서 룸메이트를 나의 배우자로 바꾸어 읽어보자. ‘집안일’이 어느 한 사람의 일이 아니라 두 사람의 일이라는 전제에 동의한다면 어떻게 서로 나누는 것이 합리적일지 대화해보는 것은 어떨까?

결혼을 앞둔 사람에게 결혼식과 신혼여행보다 더 중요한 이런 대화를 지금 시작하라고 말하고 싶다. 선배들의 결혼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보다 자신들만의 뉴 노멀을 만들어 가라고 권하고 싶다. 당분간 결혼 생각이 없는 사람이 결혼할 사람을 보며 “더 어른스러운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 말도 하고 싶다. 결혼해야 어른이 된다는 것은 올드 노멀이라고. 자신이 살고 싶은 방향에 솔직하게 살면 그것이 뉴 노멀이라고.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뉴 노멀#결혼#룸메이트 테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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