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보단 ‘평판과 실적’을 믿어라[직장인을 위한 김호의 ‘생존의 방식’]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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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면접을 통해 후보자가 성공적으로 직장생활을 할지 아닐지 제대로 알 수 있을까? 사회심리학자 리 로스와 리처드 니스벳은 ‘사람일까 상황일까’에서 면접착각(interview illusion)이라는 현상을 소개한다. 사회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학생이나 직원, 임원, 전문직의 성공 추정에 대한 면접 예측 타당도는 상관관계가 0.10 정도에 불과하여 1에 한참 못 미친다. 면접 착각이라는 용어가 생겨난 이유는 이처럼 낮은 실제 예측 타당도와는 달리 사람들은 면접 타당성이 0.5(절반)를 넘는다고 오해한다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우리는 다양한 타인을 만나고 일하게 된다. 나는 타인을 해석할 때 어떤 도구를 사용할까? 베스트셀러 작가 맬컴 글래드웰이 최근 펴낸 ‘타인의 해석’은 세 가지 방식을 보여준다.

첫째, 첫인상이나 표정을 읽어서 상대를 판단하는 것으로 이를 투명성 가정이라고 한다. 그 사람의 진실이 표정을 통해 투명하게 드러난다고 가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의 표정을 잘못 해석하여 오해를 하거나 받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글래드웰도 이러한 가정은 ‘잘못된 예측의 원천’이 된다고 말한다.

둘째, 대다수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타인이 정직하다고 가정하며, 의심의 증거가 충분히 나타나기 전에는 믿게 된다. 처음부터 항상 의심하면서 살아가는 것은 매우 피곤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정을 ‘진실기본값 이론’이라고 하며 이에 따르면 거짓말은 대다수 사람들이 골고루 한다기보다는 소수의 거짓말쟁이들이 훨씬 더 자주 한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믿는 태도는 종종 목적을 갖고 거짓말하는 사람에게 당하는 취약성을 갖고 있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이런 가정을 갖고 사회생활을 한다.

물론 일부 사람들은 항상 의심하는 태도를 갖기도 하며 이들도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다. 예를 들어, 코로나19의 전파에 대해 일찍부터 의심하고 대비해온 질병관리본부 공무원과 같은 사람들이 없었다면 우리의 상황은 지금보다 훨씬 더 악화되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글래드웰이 결론처럼 제시하는 결합이론이다. 이는 타인의 행동은 특정 맥락과 연결된다는 것으로 타인을 제대로 해석하려면 그가 속한 상황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를 다른 집에 맡겨 놓고 간 부모가 나중에 그 집에서 자기 아이가 한 행동을 듣고 “우리 아이가 그럴 리가 없는데”라고 놀라는 경우가 있다. 부모가 관찰하는 아이는 부모라는 특정한 상황 속에서 행동하는 아이의 행동일 뿐이며 부모라는 상황이 사라지게 되면 아이는 예상치 않은 행동을 할 수 있다.

면접 이야기로 돌아가자. 면접 타당도가 그렇게 낮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가능하다면 다수의 추천서를 검토하는 것이 낫다. 공식적인 추천서도 있겠지만, 링크트인과 같은 커리어 관련 소셜미디어를 검토해볼 수도 있다. 둘째, 만약 추천서가 덕담에 그치는 수준이라면 후보자와 이전 직장에서 함께 일했던 사람과 대화를 나누어보는 것이 좋다. 이때 단순히 “어떤 사람인가요?”라고 묻기보다는, 뽑는 자리에 필요한 능력이나 갈등 상황 등을 들어 그 사람이 이전 직장에서 어떻게 행동했는지 등을 놓고 충분히 대화해보는 것이 좋다. 가능하다면 상사, 동료, 부하 등 다양한 각도에서 통화해보자. 마지막으로 그 사람이 실제 수행한 프로젝트의 실적을 살펴본다. 사회심리학자들은 면접을 통해 대학의 학점을 추정하는 것보다 고등학교 성적에 근거하여 추정하는 것이 정확성이 훨씬 더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전 직장의 사람들과 통화할 때 이에 대해서 확인해볼 수도 있다. 만약 후보자가 이력서에 쓴 실적이 실제와 다르다면 우리는 진실기본값 이론을 포기하고 의심할 수 있다.

심리학자 마리안 라프랑스는 ‘웃음의 심리학’에서 우리 몸의 모든 근육은 자신을 움직이기 위한 것이지만 우리 몸에서 유일하게 내가 아닌 남을 움직이기 위한 골격근육이 얼굴 근육이라고 말했다. 글래드웰은 우리가 타인을 해석하는 데 생각보다 매우 서투르며 첫인상을 통해 사람을 파악하는 것의 한계에 대해 주의를 주고 있다. 첫인상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 사람에 대해 많은 것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맬컴 글래드웰#타인의 해석#추천서#평판#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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