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가 일상이 된 시대, 사회적 감수성이 경쟁력[광화문에서/김현수]

김현수 산업1부 차장 입력 2020-04-28 03:00수정 2020-04-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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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산업1부 차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모두가 평등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지난달 미국 팝스타 마돈나가 장미꽃을 띄운 대리석 욕조 속에 몸을 담근 자신의 사진과 함께 인스타그램에 남긴 말이다. ‘좋아요’ 수만 개를 기대했겠지만 줄줄이 달린 댓글은 그녀의 예상을 빗나갔다.

“미안하지만 우리는 평등하지 않다. 언제나 가난한 자들이 더 큰 고통을 겪는다”, “당신이 저택에서 거품 목욕을 즐길 동안 나는 어쩔 수 없이 일터에 간다”, “평등? 코로나 진단 검사마저 유명인과 부자들이 먼저 받는다” 등등.

CNN 등 주요 외신도 이 발언을 일제히 비판했다. 마돈나는 바이러스의 무차별함과 무자비함을 얘기하고 싶었겠지만 질병뿐 아니라 생계 위기와도 싸워야 하는 보통 사람들은 평소보다도 더 심각하게 불평등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다른 이들의 마음을 읽지 못하는 ‘사회적 감수성 결여’를 보인 것이다. 한 사회가 집단적 위기를 겪을 때 사회적 감수성에 못 미치는 사소한 행동이 여러 사람을 격분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기업도 사회적 감수성 결여로 곤혹스러워질 때가 종종 있다. 마스크 한 장이 ‘생명줄’이었던 2월 말 국내 한 맥주 회사는 마스크를 사은품으로 내걸어 지탄을 받았다. 평범한 마케팅 활동으로 생각했겠지만 이 회사에 돌아온 건 사람의 간절함을 이용하려 든다는 비난이었다. 마케팅도 사회적 감수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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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한 명의 부적절한 행동도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 최근 글로벌 요가복 브랜드 룰루레몬이 그랬다. 캐나다 본사의 아트디렉터가 ‘박쥐 볶음밥’이 그려진 티셔츠 사진 링크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올리는 바람에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티셔츠는 누가 봐도 코로나19의 발원지인 중국을 희화화한 옷이었다. 코로나19로 인종차별이 촉발될까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는 아시아인들을 자극할 만했다. 당장 북미 아시아인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불매운동 조짐이 일자 룰루레몬은 공식 사과했고, 해당 직원은 사회적 감수성이 떨어진 죄로 해고됐다.

반면 영민한 사회적 감수성 레이더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기업도 있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마스크 공수작전을 벌인 게 대표적이다. 이재용 부회장을 가리켜 ‘마스크 형님’이라 부르는 댓글이 등장하기도 했다. 큰 액수를 쾌척하는 것도 중요한 사회공헌활동이지만 사람의 마음을 건드리면 기억에 오래 남는다.

실제로 콧대 높은 줄만 알았던 에르메스, 샤넬, 루이비통 같은 럭셔리 기업의 장인들이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드레스 대신 마스크를 꿰매고, 향수 대신 손 세정제를 만드는 것을 보고, 이들 기업을 다시 봤다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 에르메스와 버버리는 최근 공식 성명을 내고 정부의 고용지원금을 받지 않고, 글로벌 임직원의 고용을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우리는 버틸 만하니 정부 지원금은 더 어려운 기업에 양보하겠다는 의미다. 바이러스는 무차별적이다. 하지만 고통의 무게는 제각각이다. 위기가 일상화된 시대에는 그 차이를 알고 보듬는 감수성이 존재의 가치를 결정할 것이다.
 
김현수 산업1부 차장 kimhs@donga.com

#코로나19#사회적 감수성 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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