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名문장]모리야∼ 어떻게 하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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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의 변호사
이은의 변호사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일들을 하라구, 그런 일들을 하게 되면 절대 실망하지 않아. 우리의 문화는 우리 인간들이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게 하네. 우린 거짓된 진리를 가르치고 있다구, 그러니 제대로 된 문화라고 생각이 들지 않으면 굳이 그것을 따르려고 애쓰지는 말게. 그것보단 자신만의 문화를 창조하게.’

― 미치 앨봄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
 

직장 생활을 하던 초창기,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을 할 때가 많았다. 그런 시절, 머리를 쥐어뜯으며 그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도 나이가 들면 답을 알지는 못해도 선택하거나 갈등하는 일이 줄어들 거라 생각했다. 나보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딱히 내가 찾는 답을 주지는 못했고, 그렇다고 그런 이들이 나를 누르는 고민이나 갈등을 하고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그런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생각들의 일부는 맞고 일부는 맞지 않음을 알게 됐다. ‘어떻게 하지?’는 나이가 들거나 가진 것이 많아진다고 해서 줄어드는 문제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그런 고민에 대한 답을 알게 되지도 않았다.

누구나 그러하듯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일단 YES를 해야 하나? 불편해지더라도 NO를 해야 하나?’ ‘다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돈을 벌어야 하나 공부를 더해야 하나’ 등등의 고민이 많았다. 그런 어느 날 다섯 살 많은 입사동기가 공부를 더 하겠다며 퇴사를 결정했다. 입사 때부터 친해져서, 내게는 친구이자 멘토 같은 존재였다. 사람들은 그가 공부를 다시 시작하기에는 나이가 많고 힘든 적응기를 다 지나 회사에서 안정이 되는 시기에 접어들었는데 나간다며 걱정이 많았다.

그런 말들이 제법 그럴듯하게 들리기도 했지만 묘하게 부럽기도 했다. 친한 존재가 부재하게 된 허전함도 컸다. 그렇게 덩달아 우왕좌왕하던 나에게 동기가 선물이라며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이란 책을 주고 갔다. 제목은 담백한 연애소설 같은데 내용은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라니 책을 받을 땐 갸우뚱했다. 책을 다 읽고 나서야 비로소 그 선물의 의미를 알았다. 한정적인 소중한 시간을 살아가면서 만나는 온갖 갈등과 선택의 지점에서 놓치기 십상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들을 만날 수 있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나도 모리와 함께한 것 같았고, 하던 고민들의 길을 바로 얻진 못해도 길을 정할 나침반을 받은 것 같았다.

세월이 흘러 기성세대라고 불릴 만한 나이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갈등과 선택의 문턱에 놓였다. 가진 게 늘어나니 이제는 지키기 위해 내키지 않는 타협을 하고 편한 평화로움을 얻는 것에 대한 유혹이 늘었다. 이래라저래라 하는 입장에 놓일 때가 많다 보니 나도 모르게 사람들에게 나침반을 주는 게 아니라 이쪽이라며 내 길을 네 길인 양 들이미는 일들도 생겼다. 그럴 때면 책장에 꽂힌 책들을 훑어 모리를 찾아가 만난다. 그리고 ‘어떻게 할까?’라는 지점에서 유리한 선택 대신 유익한 선택을 하도록 힘을 받는다.

이은의 변호사
#미치 앨봄#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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