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신연수]제주도 영주권 너무 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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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이면 제주도에는 노란 유채꽃이 바다를 이룰 것이다. 쪽빛 바다에 현무암과 감귤나무가 어우러진 이국적인 풍경,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성산일출봉과 용암동굴…. 제주는 어느 한 곳 버릴 데 없는 ‘보석 같은 섬’이다. 그런데 갈 때마다 해변에는 건물들이 빼곡하게 들어서고 산간까지 개발이 이뤄져 아름다운 제주의 경관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안타까움을 느낀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 ‘한국 섬에 갈등을 일으키는 중국인들’이란 기사에서 최근 급증한 중국인 투자의 명암을 소개했다. 중국인들의 부동산 투자는 제주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기여하지만 난개발과 환경 파괴,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인해 현지인들과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는 내용이다. 중국계 자본이 12일 제주신화역사공원에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 리조트를 기공하자 시민단체들이 소송을 제기하며 강하게 반발한다는 얘기도 전했다.

▷WSJ는 ‘제주도가 1970년대 후반 일본인이 장악했던 하와이가 되어 가는 중’이라고 비유했지만 사실은 그 이상이다. 제주도 면적은 하와이의 15분의 1로, 하와이 주 안에서 작은 섬 규모밖에 안 된다. 일본 인구는 1억2000만 명이지만 중국은 그 10배가 넘는다. 중국인들의 공격적 투자는 제주도뿐 아니라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호주는 다음 달 외국인 투자자본에 대해 세금을 신설할 예정이고 같은 중국계인 홍콩과 싱가포르도 외국인 투자에 대한 세금을 강화했다.

▷제주도는 2010년 부동산투자 이민제도를 도입했다. 50만 달러(약 5억5000만 원) 이상 투자하면 거주자(F2) 비자를 주고 5년 뒤 영주권도 준다. 지금까지 F2 비자를 받은 1007명 가운데 98.4%가 중국인이다. 중국 상하이의 방 2, 3개짜리 아파트가 10억 원을 훌쩍 넘으니 “한국이 더 싸다”며 몰려올 만하다. 제주도는 투자이민 기준을 100만 달러 이상으로 높여 달라고 했으나 정부는 “2018년 일몰제이니 그때 생각해보자”는 입장이다. 투자 유치도 좋지만 이제는 너무 싸게 굴지 않았으면 좋겠다.

신연수 논설위원 ysshin@donga.com
#제주도#영주권#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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