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014년 국정 잘했다”는 정부 自評, 누가 공감할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30일 03시 00분


정부가 어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개최한 ‘2014년 핵심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공공기관 개혁 등 38개 주요 국정과제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박 대통령도 “대내외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4대 국정기조를 실현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해 왔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정부가 “개선했다” “불씨를 살렸다”고 평가한 과제들은 추진 과정에서 실효성 논란을 빚거나 용두사미에 그친 것이 많다. 국민이나 기업들이 정부의 정책 성과가 미흡하다고 느끼는 현실과는 크게 동떨어져 있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10월 공공기관에 대한 중간평가 때도 ‘성공’ ‘초과 달성’ ‘이행’ 등의 단어들로 채웠다. 하지만 실적이 부진한 공공기관장을 단호하게 해임해 영(令)을 세우기는커녕 부채비율 감축과 방만경영 개선을 독려하는 수준에 그쳤다. 공공기관의 감사 자리는 대부분 정치권 주변 인사들로 채워졌다. 정부 부처의 치밀한 감독이나 자체 개혁은 현재 시스템에서는 사실상 기대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해서 감사원이 모든 공공기관을 처음부터 끝까지 감사해 비리를 바로잡을 수도 없다. 공공기관 정상화 문제만 보아도 정부의 자화자찬에 공감을 표시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확고한 국방 태세를 확립했다는 정부의 자체 평가는 어처구니없다. 올해 끊이지 않았던 방위산업 비리와 총기난사 사건, 병영 내 가혹 행위로 군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규제 개혁에 대해서도 정부는 현장에서 건의한 과제의 신속한 해결 등을 성과로 꼽았다. 그러나 수도권 규제나 서비스업 규제 등 핵심 분야 규제 개선 작업이 별 진전이 없어 체감 성과는 낮다.

동아일보와 고려대 정부학연구소가 올해 정부가 추진한 40개 핵심정책을 평가한 결과 13개가 평균 이하의 낙제점을 받았다. 외교안보 분야와 같이 좋은 평가를 받은 분야도 있었지만 국민들이 목말라하는 부분을 담지 못해 외면당한 정부 정책이 많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정부의 안이한 인식을 보면 박근혜 정부 집권 3년 차인 내년에도 국정이 효율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믿음이 가지 않는다.
#국정과제 점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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