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용 기자의 죽을 때까지 월급받고 싶다]<21>왜 내 주식만 떨어지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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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용 기자
홍수용 기자
사촌 땅 값은 오르는데 내 땅 값은 떨어져 배 아픈 사람들이 있다. 종합주가지수(코스피)가 2000을 훌쩍 넘어선 요즘, 주식시장에서 자기 주식만 떨어진다며 울상 짓는 개미들 얘기다. 요즘 신문 증권면에는 주가지수 모니터 화면을 배경으로 활짝 웃고 있는 거래소 직원 사진이 부쩍 자주 나오지만 주변에 돈 벌었다는 사람은 드물다. ‘내가 사면 빠지고, 팔면 오른다’는 증권가의 속설이 여지없이 입증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상승세인 주식시장에서 손해를 보는 경우는 어떤 경우일까. 기자는 주식 활황기에 자기만 소외됐다고 느끼는 개미들 투자를 유형별로 분석해 보기로 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①투자 자체에는 문제가 없는데 착시효과가 나타난 경우와 ②적절하지 못한 투자습관 때문에 언제고 떨어질 주식이 된서리를 맞은 경우로 나뉘었다.

먼저 ①번에서 언급한 ‘착시효과’는 주식시장이 활황이라고 할 때 이 ‘활황’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느냐 하는 것이다. 즉 코스피 산정 방식 때문에 생기는 착각이다. 코스피는 증시에 상장된 모든 개별 주식에 현 주가를 곱해서 나온 값(시가총액)을 1980년의 시가총액과 비교해서 산출한다. 코스피가 2000이라는 말은 지난 34년 동안 증시 규모가 20배로 커졌다는 의미다. 주목할 점은 코스피를 구성하는 상장기업 수가 771개에 이르지만 불과 10개 정도가 시가총액의 40%를 차지하며 코스피 방향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1개 종목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만도 20%다. 단순화하자면 770개 종목이 모두 조금씩 하락해도 삼성전자만 급등하면 코스피는 오른다.

착시효과는 투자자들의 개인적인 심리 때문에 생기기도 한다. 주가가 오를 때는 무덤덤하다가 주가가 떨어질 때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다. 이런 사람들은 현 주가를 최초 매입가격과 비교하지 않고 “한창 많이 벌었을 때”와 비교한다. 그러면서 “늘 손실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곤 한다.

②번에서 언급한 적절하지 못한 투자습관은 ①에 비해 심각하다. 한마디로 ‘묻지 마’ 주식 매입 습관을 가진 사람들이다. 해당 기업에 대해 잘 모르면서 지인의 권유나 소문만 믿고 덥석 주식을 사면서 터무니없는 수익을 꿈꾼다. 이런 사람들 중에는 이미 오를 대로 오른 현대차나 포스코 같은 대형주를 사봐야 수익을 크게 낼 수 없으니 증권사들조차 분석하지 않는 소형주를 사서 대박을 터뜨려 보자며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경우도 있다.

물론 소형주라도 자기가 아는 업종이고 재무제표를 꼼꼼히 분석한다면 믿어도 좋다. 하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그런 과정을 대체로 생략한다. 여기에는 증시에 대한 불신 심리도 한몫한다. 내가 아무리 기업을 열심히 분석하고 업황 공부를 한다 한들 작전세력에 따른 주가 조작이 판을 치면 빨리 사서 빨리 파는 게 최선이라는 편집증을 갖게 된다. 운 좋게도 작전의 중간쯤이라도 끼어든다면 돈을 벌 수 있지만 ‘오른다더라’ 하는 소문이 개인 투자자들의 귀에까지 전해질 정도면 대부분 해당 주식은 오를 대로 다 오른 끝물일 경우가 많다.

일부 개미들 중에는 기업의 내재가치에 주목하는 가치투자를 하겠다며 아무 대형주를 사서 무조건 묻어두는 식의 장기투자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건 가치투자가 아니다. 진정한 가치투자는 ‘가격 따먹기’다. 즉 기업이 본질적으로 갖고 있는 가격(내재가치)과 증시에서 평가받는 가격(시장가치)을 비교해서 시장가치가 낮게 평가돼 있다는 확신이 들 때 주식을 산 뒤 시장가치가 높아졌을 때 되파는 것이다. 이런 투자는 고도의 전문가들만이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애널리스트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해당 업종에서 오랜 기간 일해서 업황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면 개인들도 전문가급 분석을 할 수는 있다. 단, 기업을 어설프게 아는 건 위험하다.

이명박 정부 때 은행장을 지낸 지인의 일화다. 어느 날 이 은행장이 중소중견기업 현장 시찰을 나갔다. 지점장은 사전 조사를 철저히 해서 은행장에게 한 기업을 알짜배기라고 소개했다. 시찰 당일 프레젠테이션에 나선 이 회사 사장은 독자적 기술에 대해 열심히 설명했다. 은행장도 “경쟁력이 뛰어난 유망한 기업”이라며 극찬했다. 하지만 이 기업은 얼마 못 가 대규모 손실을 내고 상장 폐지됐다. 지점장은 평소 거래하는 기업체여서 “모든 게 잘될 것”이라는 코스닥 사장 말을 과신했고 은행장도 일류 대학 출신 사장의 프레젠테이션에 솔깃해 곧 망할 기업을 유망기업이라고 평가한 것이다. 이처럼 난다 긴다 하는 전문가들도 실수하는 게 주식시장이다. 이러니 개미들이 기업 분석에서 실수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어떻든 착시효과 때문이든, 잘못된 투자습관 때문이든, 정보 부족 때문이든 지금의 상승장에서 느끼는 소외감은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소외감의 원인을 따져보면 해법도 나온다. 만약 내가 착시효과에 빠져 있다는 판단이 들면 투자를 좀 더 해도 되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묻지 마 투자를 했다면 손실을 감수하고 파는 게 낫다. 또 기업의 한쪽 면만 보고 과도한 투자를 했다면 다른 면을 보는 작업을 지금부터 시작하라. 최근 1년 치 재무 및 지분 관련 공시(dart.fss.or.kr)를 쭉 살펴보고 의문이 든다면 기업체 주식 담당자에게 전화해서 의문을 해소해야 한다. 통화한 후 의문이 남는다면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신호다.

홍수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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