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사우디 주도 OPEC 전격 탈퇴
이란 공습에 사우디 수수방관 결정적
사우디 동맹인 파키스탄 중재도 불만
“예치금 35억달러 회수할 것” 신경전
사우디 빈살만 집권뒤 글로벌 기업 유치
‘중동 허브’ UAE 위협해 갈등 깊어져
UAE 에너지부 장관 Suhail Al Mazrouei(수하일 알 마즈루이)가 CNN의 Becky Anderson과 인터뷰하며 OPEC 탈퇴 결정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28일(현지 시간) 아랍에미리트(UAE)의 석유수출국기구(OPEC) 탈퇴 선언은 걸프 지역의 맏형 격이며 동시에 OPEC 의사 결정을 주도해 온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독립 선언’의 의미도 지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 나라는 걸프 지역 아랍 왕정 산유국 간의 정치·경제협의체인 걸프협력회의(GCC·사우디 UAE 카타르 쿠웨이트 오만 바레인이 회원국)의 핵심 국가로 ‘형제국’으로 불릴 만큼 가까웠지만 최근 다양한 안보, 경제 이슈를 놓고 갈등을 빚었다.
특히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 발발 뒤 이란의 보복 공습이 집중된 UAE의 안보 위기를 사실상 사우디가 방치하는 모습을 보이자 UAE가 분명한 독자 행보에 나섰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번 전쟁으로 UAE는 2200여 차례에 달하는 이란의 미사일 및 드론 공격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UAE는 사우디 등 이웃 걸프국과의 연합 군사 대응을 기대했다. 하지만 사우디는 이란과의 전면전 등을 우려해 실질적인 대응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에 UAE는 미국, 이스라엘과의 안보 협력을 강화했다. 미 정치매체 액시오스에 따르면 UAE는 이번 전쟁 초기 이스라엘로부터 첨단 방공망인 아이언돔 포대와 운용 병력을 지원받았다. 아이언돔이 이스라엘과 미국 이외의 나라에 배치된 건 처음이다. 미국에서도 패트리엇 등 다양한 방공용 무기를 도입했다.
UAE는 전쟁 중재국 파키스탄을 놓고도 사우디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UAE는 이란에 중립적이며 사우디와 군사 동맹을 맺고 있는 파키스탄의 중재에 불만을 표시하며, 이 나라 외환보유액의 5분의 1에 달하는 35억 달러의 예치금을 회수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외교협회 등에 따르면 사우디와 UAE는 예멘 내전에서도 사실상 대리전을 벌였다. 사우디가 예멘 정부군(PLC)을 지원한 반면에 UAE는 남부 분리주의 세력(STC)을 지원한 것. 급기야 지난해 말 사우디가 남부 분리주의 세력을 공습할 당시 UAE가 병력을 철수시켜 가까스로 직접 군사 충돌을 피했다. 두 나라는 역시 내전 중인 수단에서도 각각 다른 진영을 지원하고 있다.
UAE와 사우디가 최근 중동의 경제 허브 자리를 놓고 갈등이 깊어진 것도 UAE가 독자 노선을 선택한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실권을 장악한 2017년부터 사우디는 다양한 탈(脫)에너지 산업 전략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UAE의 두바이와 아부다비에 집중된 글로벌 기업을 자국으로 유치하려는 행보를 노골적으로 보였다. 오랜 기간 중동의 물류, 금융, 기술 허브 역할을 해온 UAE의 반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강문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UAE와 사우디의 갈등 상황은 장기적으로 GCC의 협력 수준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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