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최영해]강용석과 女아나운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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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고 서울대 법대 졸업, 하버드 로스쿨 법학석사. 서울대 법대 재학 중 사법시험을 패스했다. 공군 장교로 30개월을 복무하고 제대해 판검사 대신에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한 것도 여느 법조인과 다르다. 참여연대에서 소액주주 운동을 벌이며 골리앗 삼성과 맞선 경력까지 있다. 라디오 ‘밤을 잊은 그대에게’에도 출연했다. 키도 180cm가 넘는 ‘그런 남자’가 강용석이다.

▷2007년 이명박 대통령후보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법률지원팀장을 맡았다가 다음 해 4월 총선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이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와 강용석의 부인이 잘 아는 사이라는 뒷담화가 나돌았다. 자유분방한 데다 아는 게 많고 말도 거침이 없다. ‘EDPS(음담패설)’에 능해 사석에선 발언 수위가 아슬아슬한 때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출입기자들은 기억한다. 그러다 결국 사고를 쳤다.

▷2010년 7월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마포구 상수동에서 열린 국회의장배 전국대학생토론대회에서였다. 아나운서를 꿈꾸는 한 여대생에게 “(아나운서로 성공하려면)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가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웃자고 한 소리였을지 모르지만 성희롱에다 아나운서 비하로 딱 걸렸다.

▷대법원이 그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의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발언 내용은 부적절하고 저속하되 개별 아나운서를 특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모독죄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여성 아나운서 전체의 사회적 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고발인은 한국아나운서협회 회원 154명. 강용석은 “사과를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이제 이 문제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며 말을 아꼈다. 공인의 한마디가 얼마나 엄중한지를 깨달았을 것이다. 여성 아나운서를 ‘모독’한 강용석이 방송국엔 한 발짝도 들여놓지 못할 줄 알았는데 지금은 여성 방송인들과 웃고 떠들며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인기도 상당하다니 세월이 약이라고 해야 하나. 변호사나 정치인보다 방송인이 그에게 딱 맞는가 보다.

최영해 논설위원 yhchoi65@donga.com
#강용석#아나운서#성희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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