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최영훈]중국의 소수민족 테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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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밍(昆明)은 윈난 성의 성도로 ‘영원한 봄의 도시’다. 1년 내내 꽃이 피고 숲은 푸르다. ‘고원의 진주’라는 뎬츠 호수의 북쪽, 중국 대륙의 서남부 고원지대에 위치한 천혜의 관광지다. 역사상 가장 오래된 무역로인 차마고도(茶馬古道)의 출발지로도 유명하다. 봄을 맞은 아름답고 평화로운 도시에서 끔찍한 칼부림 테러 사건이 발생했다.

▷1일 밤 쿤밍 역 광장에서 검은색 옷에 복면을 쓴 10여 명의 폭도가 길이 60cm∼1m의 칼을 행인들에게 휘두르며 살육극을 벌였다. 중국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이 저지른 테러 행위로 2일까지 33명(범인 4명 포함)이 사망하고 140여 명이 부상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오늘 개막하는 중국의 가장 큰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를 앞두고 위구르족이 국제적 이목을 끌기 위해 저지른 것으로 중국 당국은 본다.

▷중국 북서부에 있는 신장위구르자치구에는 위구르족이 다수다. 중국에는 한족 외에 55개 소수민족과 위구르족 등이 거주하는 5개의 자치구가 있다. 중앙아시아 투르크계인 위구르족은 중국 전역에 1000만여 명이 살고 있고 이슬람을 신봉한다. 위구르족은 청나라 건륭제 때 정복당해 중국에 편입됐지만 독립운동을 멈추지 않았다. 위구르족의 독립운동을 이끄는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은 알카에다, 탈레반 등 중동 테러단체와도 연계돼 있다. 중국의 화약고인 신장은 에너지 자원의 보고(寶庫)다. 중국 석유의 30%, 천연가스의 34%, 석탄의 40%가 매장돼 있다. 중국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지역이다.

▷2009년의 우루무치 폭동 이후 이번 칼부림 사건은 피해 규모가 가장 크다. 지난해 10월 중국 수도 베이징의 중심부인 톈안먼에서 차량 폭발 자살테러 사건이 발생해 위구르족 용의자 3명 등 5명이 숨지고 40여 명이 부상했다. 위구르족이 신장 내 도시나 수도 베이징이 아닌 수천 km 떨어진 쿤밍에서 테러를 저지른 것은 이례적이다. 중국 전역이 위구르족의 테러 대상 지역이 될 수 있다는 신호탄이다. 티베트와 신장을 끌고 가는 중국이 힘겨워 보인다.

최영훈 논설위원 tao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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