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용희]한국이 주도해 창설되는 ‘세계선거기관협의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0일 03시 00분


코멘트
김용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차장
김용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차장
올해 이코노미스트는 ‘떠오르는 아프리카’라는 기사를 냈다. 2만5400km에 달하는 취재를 통해 아프리카가 정치 안정과 경제 발전이 이루어지는 희망찬 대륙으로 변화되는 원인 중 하나로 ‘활기찬 민주주의’를 뽑았다. 선거는 내전을 부르기도 한다. 2007년 케냐는 대선을 치른 후 부족 다툼이 격화되어 1200명이 사망하고 60만 명의 난민이 발생하였다. 코트디부아르는 대선 결과 불복으로 내전이 발생해 프랑스군과 유엔군까지 개입해야 했다.

세계 민주주의는 기회와 위기의 갈림길에 서 있다. 환경, 경제와 같이 민주주의의 확산과 정착도 몇몇 국가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글로벌 이슈가 되고 있다. 이런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여 120여 개국의 선거관리기관과 선거 관련 국제기구를 포괄하는 범세계적 기구가 출범한다. 바로 ‘세계선거기관협의회(A-WEB)’다. A-WEB은 공정한 선거 없이는 정부의 정당성도 없고 이로 인해 정치 안정과 경제 발전도 불가능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하였다. 이 기구는 후발 민주국가가 공정한 선거를 치르는 데 실제적인 도움이 되도록 제도 개선과 선거관리역량 강화를 지원하고 선거 물품을 제공하는 등 민주주의 수호자로서 활동할 것이다.

중앙선관위는 2011년 기구 창설을 주창한 이래 유엔과 대륙별 선거기관협의회를 통해 여론을 확산시켜 왔고 올 3월에는 한국에 사무처를 유치하는 헌장안의 합의를 이끌어 냈다. 마침내 오는 10월 인천 송도에서 120개국 162개 선거 관련 기구가 참석한 가운데 창립총회를 열고 출범하게 된다.

우리 현대사는 국제기구를 떼어놓고 생각하기는 힘들다. ‘유엔 장학생’이라 불릴 만큼 전쟁의 와중에 유엔의 도움으로 국난을 극복하였고 재건 과정에도 국제기구를 통한 원조를 받아왔다. 이에 힘입어 한국은 기적의 나라로 국제사회에 다시 등장하였고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데 이어 ‘세계선거기관의 유엔’이라 할 수 있는 A-WEB을 주도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사무처를 유치하여 민주주의의 심장부라는 국가 이미지 제고와 더불어 2700여억 원에 달하는 경제유발효과도 기대된다.

A-WEB 창설의 힘은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이다. 우리는 식민지배, 내전, 권위주의 체제, 민주화를 거쳐 지금은 167개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미국, 일본보다 앞선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로 평가되고 있다(EIU·민주주의 지수 2012). 또한 통합선거인명부, 투표지분류기 등 편리한 투표와 정확하고 신속한 개표를 위해 사용되는 앞선 선거기술은 후발 민주국가에서 탐내는 자원이다. 이러한 민주화 경험과 선거관리 기술은 세계가 공유할 만한 민주주의의 자산이다.

김용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차장
#선거#민주주의#국제기구#A-WEB 창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