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승범]국정원이 댓글 73개로 대선 개입?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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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범 맥신코리아 대표
한승범 맥신코리아 대표
‘국정원 댓글’ 논쟁의 핵심은 ①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직원들이 선거에 개입하도록 직접 지시했는가 ②직원들이 실제로 선거에 영향을 미칠 의도로 댓글 작업을 했는가 일 것이다.

사이버 선거를 치르기 위해서는 선거자원의 한계 때문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상권에도 핵심 상권이 있듯이 포털 사이트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중 대중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에서 전투를 벌여야 한다. 필자라면 포털 사이트 중 네이버(점유율 71.9%)와 다음(21.7%)을 선택하고 SNS는 페이스북만을 선택했을 것이다. 트위터는 진영논리가 너무 강해 싸움을 포기했을 것이다. 하지만 국정원 직원들이 게시글을 다수 올린 사이트들은 누리꾼 방문 순위(지난 5월 기준)가 모두 50위 밖이다. 오늘의 유머(231위), 일간베스트(73위), 보배드림(163위), 뽐뿌(56위) 같은 사이트들은 댓글에 영향을 받는 중도층들이 거의 방문하지 않는 보수와 진보 논리가 확실한 곳이다.

온라인 평판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텍스트’보다는 ‘이미지’, ‘이미지’보다는 동영상이 유리하다. 국정원 댓글 중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는 핵심 글들은 ‘방만한 복지비용 폐해…, 20∼30년 뒤에 나타난다’ ‘연평도 포격 2년…그날을 잊었는가?’이다.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하려 했다면 자극적이고 원색적인 동영상과 이미지들을 생산해냈어야 했다.

사람들은 흔히 이해당사자보다는 제3자의 말을 믿는 경향이 있다. 이런 기법은 사이버전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하지만 국정원 직원들의 글들은 북한과 종북세력을 비판하고 ‘NLL 사수’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자’는 주장들이다. 국정원 심리전단 70명이 4년간 단 댓글이 5333개이고 정치·선거관여 내용이 1977개다. 이 중에서 검찰이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본 댓글은 ‘오늘의 유머’나 ‘일간베스트’ 등에 올린 73개에 불과하다. 만약 선거에 영향을 미치고자 했다면 단 한 명의 유능한 선거 댓글 전문가가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 70명이 생성한 댓글보다 열 배는 더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국정원의 댓글 논쟁은 댓글을 단 국정원 수준만큼이나 한심하다.

한승범 맥신코리아 대표
#국정원 댓글#원세훈#대선 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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