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원자력발전소 1, 2호기 등에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불량 부품 사용을 승인한 혐의를 받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 송모 부장의 집에서 거액의 현금 뭉치가 발견됐다. 부산지검 동부지청 원전비리 수사단이 18일 송 부장의 집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띠지에 묶인 돈다발이 나왔다. 검찰은 “적지 않은 돈”이라고만 설명하고 있으나 억대라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출처가 의심스러운 구린 돈이 아니고서야 도난 위험이 큰 집 안에 뭉칫돈을 보관할 사람은 없다.
송 씨는 2008년 한수원 차장으로 근무하면서 신고리 1, 2호기 등에 납품된 JS전선의 제어 케이블에 문제가 있다는 한국전력기술 직원의 보고를 받고도 사용을 승인한 혐의로 구속됐다. 부품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도 묵인했다면 금품이 오갔을 개연성이 크다. 검찰은 송 씨의 현금 뭉치가 불량 부품을 납품한 JS전선이나 부품 시험 검증업체인 새한티이피 등에서 흘러나온 돈이 아닌지 수사하고 있다. 일개 공기업 부장의 집에서 거액의 현금이 나왔다면 권한이 훨씬 큰 간부들은 어떻겠는가. 당시 차장에 불과한 송 씨가 홀로 비리를 저질렀다고 보기도 어렵다. 뇌물의 상납 고리와 윗선의 개입 의혹을 말끔히 해소해야 원전 비리를 발본색원(拔本塞源)할 수 있다.
원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다. 옛 소련의 체르노빌 사고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사례를 보더라도 한번 사고가 일어나면 국가적인 대재앙이 될 수 있다. 발전소의 부품 하나하나가 국민의 소중한 생명과 직결되어 있다. 게다가 이번 부품 비리로 원전 3기가 올해 11월까지 가동을 멈추게 되면서 국내 전력 생산을 위해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이 2조 원에 이른다. 최근 상시적인 전력난으로 국민 불편과 생산성 저하도 심각하다.
국가의 기간시설을 독점적으로 운영하는 이른바 ‘원전 전문가’라는 공기업 직원들이 줄줄이 검은돈을 챙기며 납품 비리를 저질러 왔다. 국가의 핵심 기반시설을 담당하는 공기업 직원들의 비리는 가중 처벌을 해서라도 반드시 일벌백계해야 비리 사슬을 끊을 수 있다. 이번 기회에 원자력발전소 주변의 ‘마피아’들을 깨끗하게 도려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