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검사의 10억 원대 뇌물 수수 및 여성 피의자와의 성 추문, 총장과 대검 중수부장의 정면충돌과 조직 내분 사태로 검찰이 외부로부터 개혁을 불러들이고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는 어제 강도 높은 검찰개혁안을 발표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 검찰의 수사지휘권 축소에 방점을 찍은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 인사제도 개혁 등에서 비슷한 방안을 내놓았다. 검사장급 이상 자리를 크게 줄이고 검찰총장직을 외부에 개방하겠다는 방안도 들어 있다.
두 후보는 지방검찰청 특수부가 대검 중앙수사부 기능을 대신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박 후보는 지검이 수사하기 부적당한 사건은 고등검찰청에 한시적 수사팀을 설치해 맡기겠다고 밝혔다. 승진에 신경 쓰는 지검, 고검 간부가 총장 직속의 중수부처럼 소신껏 수사를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있으나 중수부가 비대한 검찰권의 상징처럼 돼버려 개혁의 칼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중수부는 그간 정치인 관련 사건 등에서 편파 부실 수사로 중립성 논란을 일으키며 스스로 입지를 위축시켰다. 검찰 내부에서도 조직에 부담을 주는 중수부 폐지론이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그러나 중수부 폐지만이 검찰개혁의 전부인 것처럼 인식돼 권력과 결탁한 거악(巨惡)을 척결하는 기능이 약해진다면 부작용이 더 클 것이다.
검찰에는 군대식 기수(期數) 문화가 아직도 남아 있다. 동기나 후배가 검찰총장이 되면 모두 사퇴하는 관행이다. 검찰총장들이 대부분 임기를 못 채우고 물러나고 총장 후보들이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하면서 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들이 줄줄이 옷을 벗어 검찰의 전반적 수사능력이 저하됐다. 검찰의 수사역량을 키우려면 법규에 존재하지 않는 기수 문화부터 없애야 한다.
자질과 역량을 검증하는 기간을 거쳐 검사를 임용하는 제도를 만들 필요도 있다. 검사 성 추문에서 보듯 사법연수원이나 로스쿨을 졸업한 사람을 곧장 검사로 임용하다가는 언제 이런 사고가 다시 터질지 알 수 없다. 법원의 예비판사 제도처럼 검사로 임용하기 전에 2년 이상 관찰하고 검증하는 기간을 둬야 한다.
이제는 경찰에도 우수한 인재들이 많이 들어가고 있으므로 검찰이 온갖 사건을 직접 수사하는 것은 축소해 가는 방향이 맞다. 다만 경찰의 수사 영역을 넓혀 준다 해도 수사 중 문제가 생기면 즉각 검찰이 개입할 통로는 열어놔야 한다. 박, 문 후보는 검찰의 수사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구체적 대안도 제시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