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수장학회 사회 환원과 MBC 민영화는 별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5일 03시 00분


MBC 간부 2명이 MBC 주식의 30%를 소유하고 있는 정수장학회의 최필립 이사장과 만나 MBC 주식을 처분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자리에서 MBC 측은 최 이사장에게 내년 상반기에 주식을 상장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정수장학회의 사회 환원을 요구했던 민주통합당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대리인인 최 이사장을 내세워 대선에 앞서 MBC 주식을 매각해 선심성 복지사업을 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후보 측이 여러 차례 “이미 손을 뗐다”고 언명했던 정수장학회 문제가 다시 여야 선거전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들이 논의했다는 ‘MBC 주식 상장 방안’은 당장 현실화할 수 없다. MBC는 방송문화진흥회법을 근거로 하는 공영방송으로 분류된다. MBC 주식의 70%는 방송문화진흥회가 소유하고 있고 30%는 정수장학회가 갖고 있다. MBC 주식의 상장은 곧 MBC 민영화를 의미한다. 야당이 민영화 방안의 법 개정에 순순히 찬성해줄지 의문이다. 최 이사장도 “MBC 민영화는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인정했다.

민주당이 ‘박 후보가 대선을 위해 MBC 주식을 팔려고 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터무니없지만 MBC와 정수장학회 측이 대선을 앞두고 MBC의 위상 변경 문제를 논의하고 있음은 분명해졌다. 정수장학회는 100% 보유하고 있는 부산일보 주식도 모두 매각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수장학회의 최 이사장은 과거 박 후보의 측근으로 박 후보의 정수장학회 연관성을 의심받게 하는 연결 고리다. 정수장학회는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62년 부산의 기업인 김지태 씨가 내놓은 재산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부산일보 노조는 정수장학회가 부산일보 주식을 포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지분 매각은 박 후보 부친인 박 전 대통령의 부정적 유산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MBC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과 사장이 교체되고 강성 노조가 경영진을 흔들고 있다. 주식시장 상장을 통한 공기업 민영화 사례로 한국전력 포스코 등이 있으나 이들 기업은 지금도 정권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않다. MBC가 같은 방식으로 민영화한다면 비슷한 길을 갈 수 있다. MBC 간부들과 최 이사장의 대화 내용이 그대로 언론에 공개돼 도청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도청이 아니더라도 면담 참석자에 의해 전해졌는지, 아니면 다른 경로를 통해서인지 정확한 경위가 규명돼야 한다.
#정수장학회#사회 환원#MBC 민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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