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순덕]평양 원정출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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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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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평양산원에서 10월 10일 날 잡아 제왕절개로 딸 출산!… 황선 후보는 북한 원정출산 이유를 밝혀라!” 국민생각의 전여옥 대변인의 화력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황선 예비후보가 7년 전 출산이 임박한 시기에 굳이 방북을 강행한 것은 ‘원정출산’이라고 19일 트위터에 올리면서부터다. SNS 공간엔 “황선이 낳은 아이는 평양시민권을 얻는 건가?” “어린 딸에게까지 색깔 칠을 하는 수꼴” 같은 반응이 쏟아졌다.

▷황선은 1998년 덕성여대 재학 시절 8·15통일대축전에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대표로 방북했다 옥고를 치렀다. 당시 한총련 간부로 자신을 북에 보냈던 윤기진 씨(조국통일범민족청년학생연합 남측본부 의장)가 지금의 남편이다. 그들의 둘째 딸 ‘겨레’는 조선노동당 창당 60주년 기념일인 2005년 10월 10일 오후 10시 평양에서 제왕절개로 태어났다. 당시 동아일보는 ‘출산예정일이 17일이던 황 씨는 1박 2일 일정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평양을 방문해 이날 오후 8시부터 아리랑 공연을 관람하던 중 갑자기 산통을 느껴 구급차로 평양산원에 옮겨졌다’고 보도했다.

▷전 대변인은 “북한 원정출산이 미국 원정출산보다 더 반(反)국가적”이라고 공격했다. 황선도 트위터로 “산부인과에 물어보라”고 일축했다. ‘통일둥이’를 만들려고 제왕절개로 날짜까지 맞춘 건 아니라는 말 같다. 황선은 과거 인터뷰에서 “그저 맘 편히 관광을 갔다가 평양에서 뜻밖에 겨레를 얻었다. 출산예정일이 일주일 정도 남아 있던 터라 아이가 태어나리라고는 생각 못했다”며 “아무튼 둘째 아이는 그 일로 아주 특별한 고향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진정으로 산부인과를 걱정하는 의사들 모임(진오비)’ 최안나 대변인은 “주치의가 출산이 임박한 산모의 여행을 허용하는 일은 산모가 거기서 아기를 낳을 의지가 있거나, 낳아도 괜찮다고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38주 이상 된 태아는 산통이 없더라도 제왕절개를 통해 출산이 가능하다. 좌파 인터넷매체 자주민보에 실린 황선의 글 ‘나와 겨레가 방북을 신청한 이유’에는 김정일 사망 소식에 “평화를 먼저 배운 아이들이 묻는다. 평양 할아버지한테 절하러 안 가?”라는 구절이 들어 있었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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