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하태원]유대인의 로비 위력

  • Array
  • 입력 2012년 3월 7일 03시 00분


코멘트
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은 지정된 기일 안에 돈을 갚지 못하면 살점 1파운드(약 453.6g)를 떼는 조건으로 돈을 빌려준다. 톨스토이도 소설 ‘안나 카레니나’ ‘부활’ 등에서 유대인을 거만하고 염치없는 인물로 그리고 있다. 도스토옙스키의 작품 ‘죄와 벌’에 등장하는 유대인 역시 비호감 일색이다. 구약성서에서 말하는 셈족의 자손에 대한 반감을 뜻하는 ‘반(反)유대주의’는 뿌리가 깊다.

▷유대인 잔혹사의 시발은 서기 73년 ‘마사다 대학살’로 거슬러 올라간다. 로마군에 맞서 신앙의 자유를 부르짖은 유대인 960명이 집단 자결로 최후를 맞았다. 십자군 전쟁 때인 1099년 예루살렘을 탈환한 십자군은 이슬람과 내통했다는 이유로 유대인 학살에 나섰다. 러시아와 동유럽권 국가가 자행한 조직적인 유대인 약탈 ‘포그롬(1881∼1921년)’으로 7만 명 이상이 희생됐다. 2차 세계대전 때 나치 독일이 자행한 유대인 학살에선 무려 600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1948년 꿈에도 그리던 독립국가 이스라엘을 수립한 유대인은 1973년까지 4차례에 걸쳐 아랍국가와 사생결단의 전면전을 치렀다. 이집트, 요르단, 시리아, 레바논, 이라크가 작심하고 이스라엘에 덤벼들었지만 승리는 매번 이스라엘 몫이었다. 이스라엘은 주변국의 핵무장 징후가 나타나면 지체 없이 정밀 타격을 했다. 우라늄 농축에 나선 이란의 핵과학자 등 5명을 암살했다는 설도 파다하다. 국립외교원 인남식 교수(중동정치)는 “2000년 동안의 오랜 이산(離散) 끝에 세운 나라를 반드시 지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4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재미(在美) 유대인 로비단체 ‘미국·이스라엘공공정책위원회(AIPAC)’에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이 참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기 위해 필요하다면 무력 사용도 주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AIPAC는 미국 대통령선거 기간에 민주·공화 양당의 대선후보를 반드시 초청해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를 다짐하게 만든다. 박재선 전 모로코 대사는 “AIPAC는 이스라엘 정규군 바로 뒤에서 병참 지원을 하는 후방군과 같다”고 평가했다. 상시적 테러 위협 속에서 이스라엘이 사는 법이다.

하태원 논설위원 triplet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