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디지털 교과서도 부실 e교과서 꼴 날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일 03시 00분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해부터 전국 초중고교 학생에게 배포하고 있는 e교과서가 사실상 무용지물로 전락했다. 학생들이 e교과서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는 소식이다. CD 형태로 제공되는 e교과서는 종이 교과서의 내용을 그대로 담은 것이다. 학생들에겐 e교과서보다 종이 교과서가 훨씬 간편하고 효율적이다. 교과부는 지난해 e교과서 제작에 380억 원을 투입했다. 전형적인 낭비 행정이다.

교과부는 e교과서를 대체할 디지털 교과서를 내년부터 시범 도입해 2015년 모든 학교로 확대할 계획이다. 디지털 교과서는 교과서 내용과 관련된 동영상, 참고서, 문제집, 사전 등으로 바로 연결되는 기능을 갖추게 된다. 투입될 예산만 2조2000억 원이다. 교과부는 지난해 이 사업을 발표하면서 ‘스마트 교육’을 강조했다. 하지만 미덥지 않다. e교과서 사업이 참담한 성적표를 낸 것을 보면 훨씬 어렵고 복잡한 디지털 교과서 제작을 교과부가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미국 애플사는 올해 1월 디지털 교과서를 구현할 수 있는 ‘아이북스 2’를 선보여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다. 애플 창립자 스티브 잡스가 공을 들였던 유작(遺作)이다. 아이북스 2를 통해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교과서는 생물 세포의 3차원 영상, 각종 단어와 용어 풀이를 바로 찾아볼 수 있는 기능 등을 갖췄다. 미국 교육계는 이 교과서가 공교육의 경쟁력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가 제작할 디지털 교과서도 기존 전자책 등 디지털 교재들의 단점을 충분히 보완하는 치밀한 구상과 설계, 제작이 필수다.

e교과서 문제는 한국 교육의 부실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미래세대 교육은 흔히 백년대계(百年大計)로 불리지만 우리 교육행정은 e교과서 사례에서 나타나듯이 단 몇 년 앞도 내다보지 못한다. 교과부의 무사안일 풍토에 일대 쇄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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