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조지프 스티글리츠… 격동의 2011&2012]<2>내년 경제가 더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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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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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다가올 2012년을 생각하면 2011년은 그래도 나은 편이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올 한 해도 어려웠지만 더 큰 걱정거리가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 많이 남아 있다는 의미다. 2011년에는 긍정적인 두 가지 신호가 있었다. 미국이 부자와 그렇지 못한, 다시 말해 상위 1%와 99%의 빈부 격차에 눈을 떴다는 것과 아랍의 봄, 스페인의 ‘분노한 사람들’, 월가의 점령시위까지 젊은이들이 이끄는 시민운동이 현재의 자본주의 시스템에 뭔가 문제가 있음을 공론화한 것이다.

유로존 위기 악화될 가능성 높아

하지만 이렇게 가시화된 경제적 정치적 문제들이 2012년에 더욱 악화될 공산이 크다. 내년에 위기가 닥칠지 아닐지는 결국 정치력에 달려 있다. 유로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도 유럽 지도자들의 몫이고, 미국이 현재의 난관을 극복하는 것도 정치의 문제다. 경제 전망도 쉽지 않지만 정치 문제를 예측하기는 더 막막하다. 그래도 전망을 하자면 이렇다.

유럽 정상들은 유로존을 회생시키겠다는 선언을 반복했다. 어떤 대책을 실행할지 합의하지 못한 점도 되풀이됐다. 그들은 유로존 재정위기가 점점 악화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유로존의 채무국들이 위기를 통제하지 못할 것이란 점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죽음의 소용돌이에 빠진 듯 말이다.

유로존의 재정위기를 단기간에 해결하는 방법은 한 가지, 유럽중앙은행(ECB)이 국채를 매입해 금리를 통제하는 것이다. 하지만 독일이 반대하고, ECB 역시 국채 매입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문제 해결은 유럽의 정치 지도자들에게 달려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정치인들의 반응은 너무 느리고 약하다. 유럽 지도자들이 지금처럼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한다면 유로존의 재정위기와 실업률, 성장률 둔화 등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한마디로 혼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유로존이 붕괴되는 최후의 날을 피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미국은 수출 주도의 경제 회복에 기대를 걸고 있다. 문제는 미국의 최대 시장이 유럽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재정적자 감축에 따른 갈등도 악화일로다. 미국 재정 긴축의 가시적 영향은 2012년에 드러날 것이다. 잠재적 위험은 주택시장에 도사리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도 주택모기지론 부실이 불씨가 됐다. 주택경기가 회복되지 않아 압류주택이 늘고 집값 추가 하락으로 이어진다면 주택 소유자들이 더 큰 부담을 안게 된다.

결국 금융시스템을 손질해야 하지만 공화당과 민주당 어느 쪽도 금융개혁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금융위기 이전에는 미국 경제를 부동산 거품이 지탱했지만 이제 2007년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하지만 두 정당은 무엇이 잘못됐는지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미국 대선 전에도 일자리 창출, 재정 긴축, 복지예산 감축 등 진부하고 영양가 없는 정책만 남발할 것이다. 국가 경쟁력을 훼손하는 불평등을 개선하고, 경제 체질을 개선할 근본적인 대책은 기대하기 힘들다.

美 재정긴축 가시적 영향 드러날듯

나는 시장 근본주의를 비판해 왔지만, 지금은 시장 참가자들조차 정치 리더들의 역할에 회의적인 상황이다. 1990년대 시장은 비이성적 과열 현상에 시달렸지만, 2012년은 이성적 비관주의가 팽배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대선을 앞둔 미국 유권자들은 미국 경제를 늪에서 건져낼 수 없는 리더와 상황을 더 악화시킬 리더를 놓고 선택해야 할 처지다. 이런 전망이 틀리기를 희망하지만 더욱 심각해질 위기가 두렵다. 유로존이 붕괴되는 최악의 경우 2012년은 2008년 경제위기의 길고 긴 터널의 끝이 아닌, 새로운 경제 재앙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 ⓒProject Syndicate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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