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년인턴 숫자 맞추기, 이래서 분노 산다

동아일보 입력 2011-11-16 03:00수정 2011-11-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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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이 2008년부터 시행 중인 청년인턴제가 형식적으로 운영돼 투입 비용에 비해 효과가 떨어지고 있다. 상당수 공공기관은 인턴을 선발하는 업무를 담당할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취업포털 회사에 돈을 주고 선발작업을 대행시킨다. 공공기관별 특성에 맞는 인력 확보에는 관심이 없고 채용 절차만 말썽이 없으면 된다는 식이다.

공공기관이 성의 없이 채용한 인턴들은 5∼12개월 현업에 배치되지만 업무는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서류 복사 같은 허드렛일만 하는 경우가 많다. 청년층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인턴을 마친 한 20대는 “직원 중 아무도 신경을 써주지 않아 ‘그림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일부 금융 공기업 인턴은 신용카드 확장 목표를 할당받아 친구들에게 카드 가입을 권유하고 다녔다고 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행정인턴제를 시행하다 지난해 폐지했다. 커피 심부름이나 하다가 행정인턴을 끝낸다는 뜻에서 ‘행인(行人·지나가는 사람)’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정부는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청년인턴제를 계속 시행하도록 사실상 강요하고 있다. 공공기관들은 정원의 4% 이상에 해당하는 청년인턴을 채용하면 정부의 공공기관 평가 때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정부로서는 이 같은 ‘숫자 맞추기’ 청년인턴제를 통해 별도의 예산을 들이지 않고 공공기관 예산으로 실업률을 0.2∼0.3%포인트 낮추는 효과를 얻는다. 285개 공공기관은 올해 9월까지 연간 목표치를 크게 웃도는 1만2246명의 청년인턴을 뽑았다. 내년에도 총 1000억 원가량을 투입해 1만 명 정도를 선발할 예정이다. 현행 제도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실질적인 실업률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정부의 부분 지원으로 운영되는 중소기업 인턴은 취업으로 연결되는 비율이 높다. 정부는 평균 19% 수준인 청년인턴의 공공기관 취업 비율을 20% 이상으로 높이라고 권유하고 있다. 하지만 공들여 뽑지도 않고 허드렛일이나 시킨 인턴들을 정규 직원으로 채용하는 데는 무리가 따른다. 공공기관들이 취업 희망자의 취업역량을 강화하는 현장교육을 시키는 기회로 활용해야 인턴 출신의 채용도 늘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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