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보석 기각 곽노현 교육감, 사퇴가 순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4일 03시 00분


선거 후보자를 매수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낸 보석 청구가 그제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김형두 부장판사는 “증거를 인멸하거나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곽 교육감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보석으로 나갈 경우 증인들과 입을 맞추거나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가 보석을 기각한 것은 유죄라는 심증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곽 교육감은 이제라도 교육감직을 내놓고 재판을 받는 것이 그나마 순리에 따르는 길이다. 임승빈 부교육감이 교육감 대행 역할을 맡아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 마당에 곽 교육감이 구치소에 갇혀 직책만 유지하고 있는 정황은 보기에 딱하다. 후보에게 금품을 주고 사퇴시켜 당선된 것으로 드러난 교육감이 선의(善意) 운운하며 버티고 있는 모습은 교사에게도, 학생에게도 교육적으로 좋은 영향을 줄 리 없다.

서울시장 범야권후보 경선장소에서까지 석방탄원 서명운동을 벌였던 ‘곽노현 공동대책위원회’ 측은 크게 반발했다. 그러나 5만 달러 수뢰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던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게 작년 4월 무죄를 선고한 1심 재판장이 김 부장판사다. 당시는 ‘정의의 승리’인 양 환호했던 좌파 성향 단체들이 이번엔 자신들의 뜻에 안 맞는 결정이 나왔다고 반발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의 보석 호소문을 이끌어내는 데 앞장섰다. 구속된 교육감에 대해 동료애를 발휘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사법부의 결정이 난 만큼 승복하는 것이 옳다. 곽 교육감의 혐의가 무거운데도 무조건 감싸는 태도는 온당하지 않다.

곽 교육감의 결재권이 박탈된 것에 가슴을 쓸어내리는 학부모들이 많다. 곽 교육감이 보석으로 풀려났으면 직무에 복귀해 학생인권조례, 고교선택제 폐지, 혁신학교 신설 등을 강력하게 추진했을 것이다. 1심이 유죄로 판결난다고 해도 집행유예나 보석으로 풀려나 항소하면 대법원 판결 때까지 거의 임기를 다 채울 수도 있다. 이념에 치중한 정책으로 교육현장을 들쑤셔 놓는 직선 교육감이 더는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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