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檢 트라우마에 갇힌 여당 강경파의 보완수사권 반대

  • 동아일보

더불어민주당이 공소청 검사들에게 ‘보완수사권’을 허용하지 않기로 당론을 정했다. 민주당은 5일 의원총회에서 검사들에게 ‘보완수사 요구권’만 주기로 결정했고, 이튿날 정청래 대표도 보완수사권 폐지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신년 기자회견에서 예외적으로 보완수사권을 부여하되 권한 남용을 막을 안전장치를 두는 방안을 제안한 것에 대해 여당이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민주당 내 강경파 의원들은 검사에게 조금이라도 보완수사를 허용하면 검찰을 부활시키는 불씨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검사들이 보완수사권을 징검다리 삼아 사실상의 수사권을 행사하려 할 게 뻔하다는 것이다. 그러면 ‘수사-기소 분리’ 원칙이 흔들리고,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어려워진다는 논리다.

여당 일각의 이런 주장은 검찰한테 권력을 뺏는 게 목표가 아니라 형사 피해자가 된 국민의 권리 구제가 중요하다는 이 대통령의 인식과 한참 동떨어진 것이다. 경찰 수사가 미진하거나 편파적인 경우가 생길 수 있는데, 검사가 보완수사권 없이 이를 신속히 바로잡기는 쉽지 않다. 보완수사를 요구받은 경찰이 그에 충실히 응하지 않을 경우 강제할 방법도 없다. 그로 인해 수사가 무한정 지연되고 사건이 묻히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게다가 검사에게 보완수사권이 없으면 증거가 부실한 상태로 기소가 이뤄지고, 결국 무죄가 났을 때 수사한 경찰과 공소 유지를 맡은 검찰 사이에서 책임 소재를 가리기 어려울 수 있다. 물론 검사들이 보완수사권을 남용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이는 독립된 기구가 보완수사의 적정성을 사전 심의하도록 하거나 공소시효가 임박한 경우 등 요건을 명확히 하는 방식의 견제 장치로 해결할 수 있다.

검찰의 의도적인 표적 수사나 봐주기 수사 행태는 근절해야 하지만 일부 정치 검사에 대한 트라우마에 갇혀 검찰 기능 자체를 무력화하는 게 목표가 돼선 안 된다. 수사기관의 역량과 공정성을 높여 피해자의 눈물을 닦아주고, 국민 인권을 보장하는 형사사법 시스템을 만드는 게 검찰개혁의 본질이다. 이 대통령이 지적했듯 구더기가 싫다고 장독까지 없애는 식의 개혁은 성공하기 어렵다. 그로 인한 책임은 결국 정부가 떠안게 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보완수사권#검사#수사권#수사-기소 분리#검찰개혁

트렌드뉴스

트렌드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