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정식]미국 부채한도 협상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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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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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세계는 지금 미국의 부채한도 증액 협상을 주목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정부는 8월 2일 이후 닥쳐올 국가부채를 갚기 위해 미국 국회가 정해 놓은 국가부채 한도의 증액을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거두어 재정적자를 줄이기를 원하고 공화당은 복지지출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협상이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8월 2일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못하면 미국은 국가부도 사태를 맞게 되고 세계경제는 다시 침체국면으로 들어가게 된다. 특히 아시아 경제는 큰 타격을 받게 된다. 미국 경기침체로 대미 수출의존도가 높은 중국과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경제는 수출 감소로 직격탄을 맞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의 국가부채는 이미 위험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 이상이면 위험한데 미국은 이미 99%를 넘어서고 있다. 미국 국가부채가 늘어난 원인은 세율을 낮추어 세수가 감소한 데에도 있지만 더 큰 원인은 오바마 정부가 복지지출을 대폭 늘린 데 있다. 또한 글로벌 금융위기로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재정지출을 크게 늘리면서 부실화된 금융회사들의 부채를 정부가 재정적자로 떠안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국가부채 문제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먼저 불필요한 선심성 복지지출은 억제해야 한다. 우리도 내년 선거를 앞두고 무상급식과 반값등록금 등 선심성 복지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경제성장이 정체되면서 세수는 늘어나지 않는데 이러한 선심성 지출은 재정적자를 확대시켜 국가부채를 늘린다. 그러지 않아도 고령화와 조기 퇴직으로 복지수요가 늘어나면서 재정적자가 늘어날 전망인데 선심성 복지정책으로 국가부채가 확대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다음으로 지나친 감세정책에 신중해야 한다.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면서 세수는 늘어나지 않는데 감세정책까지 사용할 경우 재정적자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감세로 기업 투자가 늘어나고 경기가 부양되어 세수가 늘어난다면 감세정책도 바람직하다. 그러나 지금은 세율을 낮추어도 대기업들이 투자를 늘리지 않아 경기가 되살아나지 않고 있고, 세수 또한 증가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 변화된 경제구조 하에서 세율을 지나치게 내리는 것은 국가부채를 늘어나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금융위기나 외환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할 필요가 있다. 미국도 금융위기로 인해 발생한 금융회사의 부실을 정부가 떠안으면서 재정적자가 늘어났다. 우리도 외환위기 당시 기업은 구조조정으로 건실해졌으나 가계는 부실해졌다. 기업의 부실을 가계가 떠안으면서 가계부채가 늘어났던 것이다. 그러나 경기침체로 실업이 늘어나게 되면 결국 복지라는 명목으로 정부가 가계부실을 재정으로 부담하게 된다. 금융회사나 기업 부실이 가계부채를 거쳐 결국 국가부채로 전이되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부채를 줄이기 위해서는 금융위기나 외환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의 철저한 관리와 감독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국가부채는 국내총생산의 36% 수준이어서 다른 나라들보다 재정건전도가 양호하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안심할 수준이 아니다.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공기업 부채를 국가부채에 포함시키면 70%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또한 선진국과 달리 복지제도가 아직 확충되지 않아 앞으로 복지수요가 늘어날 것을 감안하면 국가부채는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국가부채 증가로 인한 경제위기를 피하려면 선심성 복지지출을 억제하고 금융회사와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을 막아야 한다.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을 교훈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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