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충민]인플레 틈탄 생필품 가격인상 신중해야

  • 동아일보

한충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국제경영학회장
한충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국제경영학회장
올 들어 5월까지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기 대비 4.1% 이상 고공행진 중이다. 하반기에는 교통비 가스요금 수도요금 등 공공요금이 줄줄이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이 와중에 원재료와 인건비 상승 등을 명분으로 일부 기업의 공격적인 가격 인상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몇 달 전 고가의 프리미엄급 라면을 출시한 한 식품업체는 국민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오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허위과장 광고를 했다는 이유로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올해만 네 번이나 가격을 인상한 한 제과업체는 최근 고지 없이 슬그머니 가격을 올려 빈축을 사고 있다. 얼마 전에는 4개 치즈업체가 제품 가격을 담합해 공정위에 적발되는 등 비정상적인 가격 인상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물가관리에 비상인 정부도 칼을 빼들었다. 경쟁을 통한 가격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오픈 프라이스제’를 작년에 도입했으나 라면 과자 등 4개 품목의 가격이 오르자 이들 품목을 제외시킨 것이다. 요즘 경제 분야에서 정부의 최대 고민은 물가 안정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을 인플레이션이라고 한다. 공급 측면에서 볼 때 생산비용이 증가함에 따라 물가가 오르는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이 있다. 가격 인상은 원료비 증가와 임금 인상 등이 주요 요인이지만 기업의 이윤 증대도 한 요인이다.

기업의 존재 목적이 이윤 추구인 만큼 원료비 증가 등에 따른 상품 가격 인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반면 기업의 수익 증대만을 위한 가격 인상에 대해서는 소비자와 시장의 반응이 냉담하다. 특히 실질적인 소비자를 위한 가치 창출이 없는 가격 인상은 소비자의 반발과 이탈도 감수해야 한다.

독과점시장에서는 한 업체가 상품가격을 인상할 경우 다른 업체도 뒤따라가는 경향이 있다. 가격을 인상하지 않은 기업은 자사 상품이 저가 이미지로 전락할 우려가 있고, 수익 증대 유혹 또한 뿌리치기 어렵기 때문이다. 소비자도 인상된 가격에 내성이 생겨 일정 기간이 지나면 그 가격을 스스럼없이 받아들이게 된다. 그 결과 모든 상품의 가격 동질화 현상이 나타나 품질 이미지 가격 등을 비교해 구매를 결정하는 소비자의 선택권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일부 담배회사의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의 대응 사례가 주목을 받고 있다. 얼마 전 두 외국계 담배회사가 가격을 200원 올렸다. 그들은 원가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 등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소비자의 반응은 냉담했다. 소비자를 위한 실질적인 가치 상승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소비자 이탈이 발생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담배가격을 인상한 외국계 담배회사의 5월 편의점 판매량은 전월 대비 각각 28.1%, 18.6% 줄었다. 반면 KT&G 등 가격을 올리지 않은 두 회사의 판매량은 각각 9.9%, 16.7% 늘었다.

이는 기업들의 일방적인 가격 인상에 대해 시장과 소비자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여 주는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기업들은 가격 인상에 앞서 고객과 시장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실질적인 고객 가치 창출이 없는 가격 상승에 대해 국내 소비자들이 냉엄하게 판단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이런 결과에 대해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쟁적인 시장구조 확산 및 물가 안정에 보탬이 되는 모범 사례로 언급하기도 했다.

근대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소비는 모든 생산의 유일한 목적이다. 생산자의 이익은 소비자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범위 안에서 고려돼야 한다”며 소비자 후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소비자들이 현명한 소비활동을 하고 동시에 기업이 고객 지향적인 활동을 할 때 소비자의 권익이 보호되고 기업도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되새겨야 한다.

한충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국제경영학회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