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국 연대의 디딤돌 될 ‘캐나다 잠수함’ 사업[기고/유지훈]

  • 동아일보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
자국 우선주의와 진영 간 갈등이 심화되는 ‘복합 위기’의 시대다. 미중 등 강대국 간 패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국제사회의 안정적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중견국들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특히 한국과 캐나다처럼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며 강력한 산업 기반을 갖춘 국가 간 협력은 단순한 우방 관계를 넘어, 예측 불가능한 글로벌 안보 환경에 대응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으로서 더욱 큰 성장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르면 올 상반기 중 사업자가 최종 결정될 것으로 알려진 총 60조 원 규모의 ‘캐나다 초계 잠수함 사업(CPSP)’을 둘러싼 한-캐나다 양국의 긴밀한 움직임은 이러한 협력의 새로운 지평을 보여준다. 우리 정부는 이를 단순히 무기를 파는 방산 수출을 넘어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한 포괄적 협력의 기회로 격상시켰다. 올해 1월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을 앞세운 대통령 특사단이 주요 기업인들과 함께 캐나다를 방문해 자동차, 수소, 에너지, 인공지능(AI)을 망라한 산업 협력 패키지를 제안한 것은 시의적절한 전략이다. 이는 방위산업이 더 이상 단일 품목의 매매에 그치지 않고 양국 경제와 안보 생태계를 묶는 포괄적 국방 협력의 핵심 축임을 보여준다.

방산 협력은 국방 협력의 가장 구체적인 구현체다. 특히 잠수함은 고도의 기술력과 장기적 운용 노하우가 집약된 핵심 전략자산이다. 한국은 오랜 기간 한미 연대 속에서 잠수함 작전 능력을 검증해 왔으며, 이러한 기술적·작전적 신뢰는 캐나다가 지역안보에 기여하고자 할 때 가장 견고한 토대가 될 수 있다. 전략자산의 공유는 향후 수십 년간의 공급망 통합과 공동 훈련을 필연적으로 수반하기에, 외교·안보·국방을 아우르는 다각적 협력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중견국 간 협력의 동력은 서로에게 ‘대체 불가능한 파트너’라는 인식을 공유할 때 극대화된다. 캐나다는 북극항로와 핵심광물을 보유한 안보 요충지다. 한국은 세계적인 제조업 역량과 첨단 군사기술을 바탕으로 안보 역량을 제공할 수 있는 핵심 파트너 국가다. 이런 양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파트너로서 북핵 위협이나 해양 안보 질서 유지에 공동 대응할 때 방산 협력의 명분과 실리는 더욱 견고해질 수 있다. 지난해 체결된 ‘한-캐나다 안보·국방 파트너십(SDCP)’ 같은 제도적 틀의 내실화를 통해 고위급 대화와 기술 교류를 상설화해야 하는 이유다.

결국 중견국 외교의 성패는 신뢰의 깊이에 달려 있다. 단기적 경제 이익을 넘어 상대국의 안보 고민을 깊이 이해하고 함께 대안을 모색하는 진정성 있는 전략적 협력관계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 우리가 제시하는 잠수함이 캐나다 영해를 지키는 창인 동시에 양국 경제를 활성화하는 엔진이며, 나아가 규범 기반의 국제 질서를 수호하는 효과적 자산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을 캐나다 정부와 국민에게 각인시켜야 한다.

이제 중견국 연대라는 담론 속에서 외교와 국방의 시너지를 극대화해야 한다. 장기적 안목에서 안보 이익을 공유하고 국방 협력의 지평을 넓혀 갈 때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확보할 수 있다. 중견국 간 협력은 강대국 중심 질서 속에서 전략적 자율성을 보완하는 유효한 방안이다. 캐나다와의 잠수함 협력이 양국의 흔들리지 않는 안보 파트너십으로 가는 결정적 이정표가 되기를 기대한다.
#자국 우선주의#미중 패권 경쟁#중견국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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