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재 음식평론가레스토랑 안내서 ‘미쉐린 가이드’(미쉐린)가 지난달 26일 빕 구르망 리스트를 발표했다. 빕 구르망은 ‘1인 평균 4만5000원 이하의 합리적인 가격에 훌륭한 요리를 제공하는 식당’을 뜻한다. 올해는 서울 51곳, 부산 20곳 등 총 71곳이 선정됐다. 선정된 음식점들과 한국 출범 10주년을 맞은 미쉐린에 축하 인사를 건넨다.
매년 빕 구르망이 발표될 때마다 나는 리스트에서 역사가 유구한 전통 한식당을 찾아본다. 올해까지 빕 구르망에 10년 동안 개근했다면 서울 또는 한국의 대표 음식점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음식점들이라면 별 한 개 정도는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궁금해진다. 음식은 훌륭하고, 접객은 때로 무뚝뚝하지만 프로페셔널하다.
2025년 기준 서울과 부산에서 미쉐린 별을 받은 식당은 모두 40곳이다. 그러나 전통 한식당은 빕 구르망의 장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별을 받은 식당들은 대부분 ‘시간 전개형’, 즉 요리를 코스로 내는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위주다. 한식당 또한 예외가 아니다. 2000년대 말부터 2010년대 중반 사이 등장한 ‘모던 한식’으로 분류되는 곳들이 많다.
전통 한식당은 단품 위주의 음식을 한꺼번에 내는 ‘공간 전개형’이자 대중음식점이니 미쉐린의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식은 한상차림의 공간 전개형이고, 여기는 한국이니 그러한 방식이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프랑스나 이탈리아 등 양식은 그렇다 치더라도, 일식당 또한 그 나라 식문화의 전통에 충실한 곳들이 선정되기에 의아해진다. 전통 일식이 한국에서 미쉐린 별을 받는다면 전통 한식도 가능하지 않을까.
더군다나 미쉐린이 대중적인 음식이나 식당에 별을 주지 않는 것도 아니다. 1900년 처음 발간한 미쉐린은 1990년대 말부터 공정성 시비에 휘말려 왔다. 이후 이미지 쇄신을 위해 라멘(일본), 아이스크림(대만), 게살오믈렛(태국), 돼지고기국수(싱가포르) 등에 별을 줬다. 다양성 확보를 위해 애쓴다는 제스처였다.
이들 가운데 파인 다이닝 수준으로 정제된 곳도 있지만 대중음식점이거나 더 나아가 길거리 음식을 파는 곳도 있다. 그러니 전통 한식당이 후보에 못 오를 것도 없다. 냉면이나 불고기는 셰프가 만드는 음식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반론도 있는데, 파인 다이닝이라고 한 사람이 요리하는 것도 아니다. 여러 요리사가 참여하는 시스템 속에서 지휘자인 셰프가 알려지는 것뿐이다.
미쉐린의 성장을 위해서도 별점을 받은 전통 한식당의 부재는 손실이다. 미쉐린이 한국에 진출한 2017년 이후 미쉐린 별을 단 레스토랑은 24곳에서 40곳으로 늘었다. 분명한 성장이지만 일본과 비교하면 갈 길이 멀다. 도쿄는 인구 1410만 명에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이 160곳(2026년 리스트 기준), 총 별의 개수는 210개다. 인구 6만7000명당 별 하나꼴이다. 반면 한국은 서울과 부산을 합쳐 인구 1270만 명에 별 51개로, 인구 24만9000명당 별 하나다.
미쉐린의 성장 열쇠는 1스타 레스토랑이 쥐고 있다. 한국에서 지난 10년 새 1스타 식당은 19곳에서 30곳으로 늘었다. 그렇다면 80년 역사를 자랑하는, 10년 동안 빕 구르망에 이름을 올린 전통 한식당이 별 하나쯤은 받을 수 있는 것 아닐까. 강산이 한 번 바뀔 동안 건재한 미쉐린의 여유와 포용력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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