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선진국 근로자들도 근무시간에 도박하겠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20일 03시 00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과 아산공장 직원 97명이 근무시간에 사이버도박을 하다 내부 감사에서 적발됐다. 노조 대의원을 비롯한 전현직 간부 13명도 포함돼 있다. 이들은 근무시간에 각 공장의 현장 반장실에 비치된 업무용 PC 등을 이용해 사이버도박을 벌였다. 베팅 금액이 컸던 일부 직원은 사(私)금융을 이용해 경제적 어려움까지 겪고 있다. 선진국 근로자들은 점심시간을 아끼기 위해 샌드위치나 햄버거로 끼니를 때우는 경우가 많다. 근무시간엔 개인 우편물 확인조차 삼간다.

이번 사건은 현대차 노조가 유급근로시간 면제제도(타임오프제) 시행을 거부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현대차는 개정 노동법 시행 이전에 노사가 합의한 단체협약을 인정받아 올 4월부터 타임오프제 적용 사업장이 됐다. 노조는 전임자 233명을 24명으로 줄여야 하고 이를 초과하는 전임자에 대해선 회사가 아닌 노조가 월급을 줘야 한다. 5월 말 현재 기아차 현대중공업을 비롯해 89%의 노조가 타임오프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현대차 노조는 4월 20일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타임오프제는 정상적인 노조활동을 방해하고 노조를 말살하기 위한 것”이라며 쟁의행위 발생을 결의했다. 현대차 노조가 타임오프제를 거부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설득력이 없을뿐더러 근무시간에 사이버도박에 정신을 파는 노조 전임자들을 그대로 두고서는 더욱 말발이 서지 않는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자동차 업체들의 경영 악화 및 이미지 하락, 일본 도요타의 리콜사태, 자체 품질경영 및 과감한 연구개발(R&D) 투자 등을 배경으로 작년에 세계 5대 자동차 메이커로 올라섰다. 그러나 외부환경이 현대차에 계속 유리할 수만은 없다. 도요타 리콜사태를 보더라도 사소한 결함이 기업 이미지에 치명타를 준다.

현대차가 지금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려면 노사가 합심해 나사 하나라도 완벽하게 조이면서 품질 향상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노조 간부가 ‘완장’을 차고 거드름을 피우거나, 근로자들이 근무시간에 엉뚱한 짓을 하는 회사는 아차 하는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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