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방사성 물질, 과민반응 말되 투명성은 높여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30일 03시 00분


전국 12곳 방사능측정소에서 인체에 유해한 방사성 물질인 방사성 요오드가 검출되고 한 곳에서는 방사성 세슘이 측정됐다. 원자력당국은 이 물질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서 누출돼 날아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출된 방사성 요오드는 m³당 0.049∼0.356mBq(밀리베크렐)로 자연방사성 수준이고 세슘은 측정 가능 오차범위 내에서 검출될 정도의 극미량이어서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 측정 결과에 과민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지만 경계심을 늦춰서도 안 된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북한 핵물질을 모니터할 목적으로 최첨단 측정 및 분석 장비와 인력을 보유해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곧바로 방사성 물질을 측정할 수 있었다. 원자력당국이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자마자 자료를 공개한 것도 잘한 일이다. 주기적으로 측정해 추이를 파악하고 평상시의 방사성 수치와 비교한 자료도 같이 내놓아야 한다. 원자력 관련 데이터의 투명성과 정확성을 높여야만 국민의 불안감을 줄일 수 있다. 후쿠시마 원전을 관리하는 일본 도쿄전력이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은 사고 수습 과정에서 실기(失機)를 거듭하고 데이터를 은폐한 탓이 크다.

한국에서도 부산 지방변호사회가 최근 고리 원전 1호기에 대해 가동중지 가처분신청을 내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법정 소송으로 몰고 가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문제와 별개로 한국수력원자력의 정보 공개가 소극적이었던 것은 잘못이다. 우리 원전도 테러에 이용될 가능성이 있는 자료는 제외하고 폭넓게 정보를 공개해야 불필요한 오해를 줄일 수 있다.

5월 말이면 바람의 방향이 바뀌게 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그때까지도 수습되지 않을 경우 더 많은 양의 방사성 물질이 동남풍을 타고 한반도에 유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킬 만반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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