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남한 도발 의혹?… 사이버 거짓말 또 꿈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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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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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정치적으로 위기에 몰린 거 한 방에 해결하려고 (남한 정부가) 일부러 북한을 공격한 것이다.” 닉네임 ‘달고나’를 쓰는 한 누리꾼은 다음 아고라에 이런 글을 올렸다. 또 다른 글 하나. 닉네임 ‘jinobeta’를 쓰는 누리꾼은 “대포폰이니 (민간사찰) 증거 인멸이니 죄다 (북한발) 대포에 날아갔으니 청와대는 좋겠다”고 적었다. 두 번째 글은 누리꾼들이 선정하는 ‘다음 베스트 댓글’까지 올랐다.

일부 누리꾼은 북한의 공격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남한이 먼저 도발한 것이라 남한 측 책임이 크다는 주장을 폈다. 닉네임 ‘soo’를 쓰는 누리꾼은 “우리 군이 먼저 포 사격 중이었고, 북한이 그만하라고 수차례 경고했지만 훈련이 계속되자 북한이 조준 사격한 것”이라며 “반북 심리를 유도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1953년 정전협정 이후 처음으로 벌어진 북한군의 대한민국 영토 공격과 민간인 희생자 발생이라는 초유의 사태 앞에 또다시 ‘음모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포격이 있던 23일에 이어 24일에도 다음 아고라 등 웹포털사이트 토론방과 각종 커뮤니티에는 ‘정부 자작극설’ ‘남한 도발설’ 등 다양한 주장과 의혹 제기가 잇따랐다.

올해 3월 북한의 어뢰 발사로 빚어진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민군 합동조사단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일부 학자와 언론, 누리꾼들의 의혹 제기는 끊이지 않았다. 물론 국방부가 처음부터 모든 것을 투명하게 밝히지 않은 것이 의혹 확산을 증폭시키기도 했다. 또 이들이 지적한 내용 가운데에는 정부 조사의 미흡한 점을 보완할 수 있는 것들도 있었다. 하지만 끝내 조사결과 자체를 부인하는 이들에게 ‘그럼 결국 누가 공격했다는 것이냐’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면 납득할 만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고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 씨는 “정부가 조사했고 희생자 가족들이 그 설명을 납득하는데, 그를 모두 거짓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어느 나라 국민이냐”고 한탄하기도 했다.

8개월이 지난 지금 또다시 북한의 기습 도발을 당하면서 일부 누리꾼 사이에서 똑같은 양상이 벌어지고 있는 데에는 아연할 따름이다. 더욱이 아무 근거도 없는 이런 주장들은 평온한 일상을 살아가던 어느날 오후 날벼락같이 쏟아진 포탄으로 전쟁터의 참화를 겪은 연평도 주민들을 앞에 두고 할 얘기도 아니다. 건강한 음모론은 진실을 퍼 올리는 마중물일 수 있다. 그러나 사실도, 과학적 근거도 없는 음모론은 ‘어두운 곳에서 혼자 허황된 것을 꾀하는’ 음모에 불과하다.

이미지 사회부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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