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송우혜]공직자로 산다는 것―유명환 장관을 보며

동아일보 입력 2010-09-06 03:00수정 2010-09-13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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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공직자의 자세로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요구한다. 솔직히 이야기해서 그런 요구는 그냥 말해 보는 구두선에 해당한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진심으로 공직자를 향해 문자 그대로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요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불가능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저 간절히 바라는 것은 힘 있고 가진 것 많은 그들이 우리 사회의 보통사람 수준으로 살아주기를 원하는 정도라는 것이 정확한 이야기이다.

가진 자들의 더 갖기 추태

대부분의 국민은 위장전입 같은 불법적인 일을 하지 않고 한세상 살아간다. 그런데도 고위 공직자를 선정할 때마다 으레 그들 대부분이 위장전입자 같은 범법자임이 드러나기 때문에 실의를 느끼고 절망한다.

공직이란 어떤 것인가. 또 공직자란 어떤 존재인가. 유사 이래 인류가 사회적 공동체로 묶여서 살아오기 시작한 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공직과 공직자는 사회의 기간을 이루고 떠받치고 유지하는 근본 틀이었다. 당연히 권력이 따랐다. 그리고 권력이 중심축이 되어 사회가 돌아간다. 권력이 지닌 속성의 부정적인 면을 매우 잘 보여주는 오래된 속담이 있다. ‘재상집 개가 죽으면 문상객이 들끓어도 재상이 죽으면 문상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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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담이 드러내는 세상은 숨이 막힌다. 권력의 폐해와 추악함에 휘둘리는 세상살이의 허약한 모습을 너무도 여실하게 보여준다. 그런 속담이 연년세세 세상에 전해지는 이유는 권력의 강력하고 추악한 힘 또한 연년세세 계속되기 때문이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딸이 석연치 않은 특채 과정을 거쳐 외교부 5급 공무원으로 채용된 일 때문에 나라 안이 온통 시끄럽다. 유 장관은 “인사라인에서 장관 딸이라 더 엄격하게 한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세상 사람이 그 말을 듣고 느낀 한심함과 절망감의 크기를 그는 언제쯤이나 깨달을까. 그런 상황에서 그런 말을 그처럼 태연히 하는 모습을 무엇에 비유할까.

유 장관이 보인 일련의 반응으로 보자면 그는 딸의 특채가 ‘범법’에 해당하는 일이 아닌데도 이처럼 큰 사회 문제가 되고 끝내 자신의 공직 사퇴 의사 표명으로 이어진 상황을 너무도 기가 막히고 황당하다고 여길 것 같다.

국민 입장에서 보자면 너무도 기가 막히고 황당한 일은 따로 있다. 나라의 외교를 총책임진 장관이 한밤에 불을 보는 듯 뻔한 일의 돌아감을 전혀 예상하지 못할 정도의 정치감각과 사리분별력을 지닌 사람이었다는 점이다. 장관 딸의 특채를 주관한 외교부 고위 관계자들의 공직자로서의 자세와 감각 및 변명 역시 그에 못지않은 문제점을 드러낸다.

이 세상에 공직과 공직자가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가. 여러 이유를 댈 수 있겠지만 가장 궁극적인 이유라면 지금보다 더 나은 사회와 지금보다 더 살아갈 만한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다. 그래야 세상이 앞으로 발전하고 더욱 행복한 곳이 된다.

국민에게 절망 안줄 의무 있다

유 장관의 이번 처신은 완전히 역행하여 달린 것이라는 데 문제의 핵심이 있다. 이미 많은 것을 가진 자들이 더 갖기 위해서 자신의 힘과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회는 더는 사회공동체 구성원이 그 안에서 살고 싶어 하는 사회가 될 수 없다.

일반인도 아니고 이 사회에서 공직자로 살아가려고 하는 이들은 자신이 속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하여금 자신 때문에 절망하지 않도록 할 의무가 있다. 공직자로서 그 의무를 저버리는 것은 범법에 못지않은 해악이다. 그런 공직자가 많아질수록 세상은 어두워지고 살아갈 맛이 없는 세상이 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에 내세운 ‘공정한 사회’라는 명제 또한 최소한 그런 공직자가 사회에 존재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일을 실천의 하한선으로 잡아야 한다.

송우혜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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