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의 비극은 인간의 원죄이다. 비교에서 모든 불만과 갈등이 생기기 때문이다. 한 경제학자는 갈등적 지역주의가 지속될 때 국가도 지역도 다 같이 죽게 되는 비교의 비극이 일어난다고 했다. 어디에 해줬으니 우리도 해 달라, 다른 지역은 좋은 것 주고 우리는 나쁜 것 준다, 다른 지역보다 돈이 적다…. 한 가지 해주면 또다시 전혀 다른 요구를 들고 나온다. 한번 가져간 것은 절대 내놓지 않는다. 스스로 하겠다는 것은 하나도 없고 전부 중앙정부가 해야 한다. 요구를 다 들어주려면 전국의 모든 지역에 똑같이 해야 한다는 해답밖에 나올 수 없다.
지역 발전의 잣대는 지역마다 달라야 한다. 미국의 어느 고등학교 졸업식 장면이 생각난다. 전교 수석 졸업생이 없다. 과목마다 수석 졸업생에게 시상을 한다. 지역마다 여건이 다르고 잠재력이 다르다. 지역의 특성을 살리면서 경쟁하는 상생발전의 길을 찾아야 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특화발전을 해야 하고 경쟁력을 길러야 한다. 공부방 넓게 해주고 용돈 많이 준다고 성적이 올라간다는 보장이 없다.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배워야 하고 자기 특성에 맞는 과목에 집중적으로 노력하는 게 필요하다.
지역도 마찬가지다. 지방은 개발자치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우리나라도 지방자치의 시대를 열었다. 6월 2일 다섯 번째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 중앙정부가 받던 국세의 일부를 지방으로 넘겨줬다. 지방소득세와 지방소비세가 올해부터 도입됐다.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내려주던 210개가 넘는 꼬리달린 국고보조금을 통합하여 지방이 재량권을 가지고 개발사업을 하도록 포괄보조금제도를 도입했다. 돈도 줬고 권한도 주었다. 시군이 스스로 미래를 설계하도록 계획권도 넘겨줬다.
지방이 자기의 개발논리에 의해 장래를 결정할 수 있는 제도적 개혁이 이루어졌다. 중앙정부의 지시나 남이 간 길을 따라가기보다는 자기가 갈 길을 스스로 개척하는 시대가 되었다. 지방자치는 자치입법권 자치행정권 자치재정권에 더해 자치계획권과 자치개발권을 정립해야 한다. 스스로 지역발전을 위한 청사진을 마련하고 개발하는 창의적인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지역발전의 콘텐츠도 바꿔야 한다. 산업단지 만들고 도로 넓히고 건물이나 짓자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담을 음식도 없는데 밥상만 펴 놓는 개발을 지양해야 한다. 텅 빈 신시가지와 산업단지, 차량통행도 없는 도로, 1년에 며칠 쓰지 않는 건물, 승객이 없는 공항, 배가 들어오지 않는 항구가 생긴다. 가시적 하드웨어보다 무엇을 담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창조적 지역 개발의 중심에는 소프트웨어와 콘텐츠의 개발이 자리 잡고 있다. 문화는 사람의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고 지역의 정체성을 살리는 길이다. 살고 싶은 마음이 떠나간 지역개발은 모래밭에 집을 짓는 일과 마찬가지다. 지역의 자존심을 살려야 한다. 국가발전에는 애국심이, 지역발전에는 애향심이 원천이다. 애향심은 지역의 정체성으로부터 나오고 제 잘난 맛에 살도록 하는 마음가짐이다.
산업화를 지나 지식경제의 시대를 넘어선 창조경제의 시대에 창조지역개발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모든 나는 것은 날개가 있듯이 지역발전에도 균형과 성장이란 양 날개가 있다. 국가의 도움 없이 발전하는 지역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최소한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스스로 일어설 수 없는 지역은 국가가 도와주어야 한다. 조금만 도와주면 달릴 수 있는 지역은 뒤에서 밀어주어야 한다. 차별화된 지역발전정책이 창조 지역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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