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 앤스로픽 최고경영자(CEO). 미 국방부가 앤스로픽을 ‘공급망 위험’ 기업으로 지정하면서 AI 기술의 군사 활용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Getty Images
미국 국방부가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앤스로픽을 ‘공급망 위험’ 기업으로 공식 지정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미군은 현재 이란 관련 군사 작전에서 이 회사의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정부와 AI 기업 간 충돌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최근 앤스로픽에 공식 서한을 보내 해당 회사와 제품을 미국 정부 공급망 위험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통보했다. 이 조치가 유지될 경우 향후 펜타곤과 계약을 맺는 방위산업 업체나 하청 기업은 국방 관련 업무에서 앤스로픽 AI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증해야 한다.
이번 조치는 미군이 중동 지역에서 군사 작전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나왔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미군은 현재 이란 관련 작전에서 앤스로픽의 AI 모델 ‘클로드(Claude)’를 활용해 정찰 데이터와 위성·드론 이미지를 분석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병력 배치나 공격 대상 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처리하고 있다.
특히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이 AI 모델은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의 군사용 AI 플랫폼인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Maven Smart System)’에 탑재돼 작전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군이 실제 군사 작전에 활용 중인 AI 기업을 동시에 ‘안보 위험’으로 지정한 셈이다.
공급망 위험 지정은 특정 기술이나 기업이 군사 작전이나 국가 안보에 잠재적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단될 때 내려지는 조치다. 일반적으로 중국이나 러시아 등 적대국 기업에 적용되는 경우가 많아 미국 AI 기업이 대상이 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왜 충돌했나…‘AI 윤리’ vs ‘군사 사용권’
이번 갈등의 핵심은 AI 기술의 사용 범위를 둘러싼 충돌이다. 미 국방부는 군이 AI 기술을 합법적인 모든 군사 목적에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반면 앤스로픽은 자사 AI가 미국인 대상 대규모 감시나 자율 살상무기 등에 사용되지 않도록 제한하는 조건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 협상은 결국 결렬됐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이후 앤스로픽을 국가안보 공급망 위험 기업으로 지정했고 국방부는 최근 공식 통보 절차를 진행했다. 앤스로픽은 해당 조치가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연방법원에서 대응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군 AI 시장 재편 신호탄 될까
이번 사태는 미군이 AI 기술을 군사 작전에 적극 활용하는 상황에서 정부와 기술 기업 간 권한 충돌이 본격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민간 AI 기업이 자사 기술의 군사 활용 범위를 제한하려 한 사례는 드물어 향후 기술 기업과 정부 사이의 협상 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AI 산업 측면에서도 파장이 예상된다. 앤스로픽은 그동안 펜타곤 기밀 네트워크에서 활용 가능한 AI 시스템을 제공한 핵심 업체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오픈AI와 일론 머스크의 xAI 등이 미 국방부와 기밀 환경용 AI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군 AI 시장에 진입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오픈AI는 국방부가 요구한 ‘합법적인 모든 목적의 사용’ 조건을 수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앤스로픽과 대비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갈등이 미군의 AI 공급망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기업 갈등을 넘어 ‘AI 윤리 기준’과 ‘군사 사용권’이 충돌한 사건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AI 기술이 군사 작전의 핵심 도구로 자리 잡는 상황에서 정부가 기술 기업의 사용 제한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향후 군 AI 계약 구조 자체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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