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해양부가 300채 이상 공동주택의 에너지 사용량을 인터넷에 의무적으로 공개하는 주택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공동주택의 에너지 사용량을 누구나 알 수 있게 함으로써 저에너지 아파트에 대한 관심을 촉진시키고 아파트 거래에서 에너지 저비용 아파트 선호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아파트 에너지 사용 정보의 투명한 공개를 통해 시장에서 탄소 저배출, 에너지 고효율 아파트를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의 의미는 크다. 소비자는 구매하려는 아파트가 에너지를 얼마나 사용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없었다. 지금까지는 지역 학군 그리고 건설사 브랜드로만 아파트의 시장가격이 조성됐으나 공동주택에 대한 에너지 사용량을 공개한다면 소비자는 에너지 사용량을 비교해 상대적으로 덜 쓰는 아파트를 선호할 것이다.
건물은 국가 총 에너지의 4분의 1가량을 소비하는데 그중 절반을 주택에서 사용한다. 에너지 소비는 탄소 배출과 직접 관련이 있으므로 주택의 에너지 소비 절감은 국가적 탄소 배출 저감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다. 국가 중장기 탄소 배출 저감 목표에 따르면 향후 10년 내에 30% 이상의 탄소 배출을 건물 부문에서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 단열 및 에너지 시스템 효율 향상 등 기술을 개발하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시장에서 채택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탄소 배출 저감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과거보다 높아졌지만 시장은 쉽게 따라가지 못했다. 무절제한 에너지 사용에 대한 관성 탓도 있겠으나 에너지 비용 자체가 큰 부담이 되지 않아서다. 문제를 고치기 위해 세계 각국은 에너지 가격 정책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가격 정책은 소비자의 에너지 사용 절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에너지 비용에 영향을 주는 정책 수단으로는 에너지 소비에 따른 재산세 가중, 에너지 가격 연동제, 탄소세, 누진 요금제가 있다. 어느 방식을 채택해도 개별 건물의 정확한 에너지 사용량을 파악하고 적정 사용에 대한 합리적인 기준을 수립해야 한다. 에너지 비용 정책이 정밀하지 못하면 에너지 약자에 대한 배려 부족 등 비공정성 등의 우려로 시행이 어렵다.
합리적 절감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건물 에너지의 통합적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현재는 개별 건물의 전기, 가스 및 열에너지 사용 정보를 한전 가스사업소 지역난방공사 등의 공급사가 개별로 관리하는데 국가 건물 에너지 통합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면 국가공간정보 시스템과 연계함으로써 큰 예산을 들이지 않고 개별 건물의 정확한 에너지 사용량을 파악할 수 있다. 또 용도별, 규모별, 준공연도별 상세 건물 에너지 사용 정보를 별도 조사 없이 구축함으로써 온실가스 저감의 필수 요건인 건물 부문 인벤토리의 구축에 활용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을 사용하면 기존 통계에서 할 수 없는 개별 건물의 월단위 에너지 사용량을 연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어 수요 관리 측면에서의 활용 가치가 무궁무진하다. 단, 개별 건물의 에너지 사용 정보는 개별 건물의 프라이버시나 기업 정보를 포함하므로 국가 공익적 목적에만 한정해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공동주택 에너지 사용량 공개 의무화는 건설사가 얼마만큼 에너지 효율적 공동주택을 공급하는지에 대한 실제적 확인 수단으로도 활용될 수 있으므로 건설사도 촉각을 세울 수밖에 없다. 에너지 비효율적 건물은 짓고 나면 그만이 아니라 에너지 과도 사용량에 대한 추가 비용을 두고두고 부담해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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