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논평/김순덕]자식농사 망칠까봐 외국인이 떠난다

  • 입력 2006년 7월 31일 15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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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다니는 자녀를 둔 사람이 외국에서 근무할 기회가 생기면 아이들 학교 걱정부터 하게 됩니다. 나중에 귀국하고 나서 아이들이 뒤처지지 않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되도록이면 그 나라에서도 경쟁력 있는 교육을 받아서 세계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입니다. 우리나라에 와서 살고 있는 외국인들도 부모 마음은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은 한국 내 외국인학교에 대해 상당히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에 있는 외국계 기업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학교 다니는 아이를 둔 임원들을 대상으로 동아일보가 조사한 결과입니다.

"한국에서의 교육 여건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네 명 중 한명에 불과했습니다. 반명 열 명 중 여섯 명 이상이 "만족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교육 문제 때문에 한국에서 사업을 더 할지 재고해보겠다"는 대답도 열 명 중 세 명이나 됐습니다.

실제로 최근 유럽과 캐나다 등 12개 주한외국상공회의소 대표들은 "아이들을 교육시킬 학교를 찾지 못해서 기업인들이 한국 파견 근무를 꺼린다"는 편지를 정부에 보냈습니다. 그래서 이들 나라는 한국에 투자할 중요한 프로젝트가 있는데도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3분논평/김순덕]자식농사 망칠까봐…외국인이 떠난다

미국의 자동차 부품회사 한국지사에서 일하는 한 외국인 임원은 조만간 다른 나라로 옮겨달라고 본사에 요청하겠다고 했습니다. "아이들을 둔 외국인이라면 누구라도 한국에서 일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면서 "열악한 교육환경에서 아이의 장래를 망치고 싶지 않다"고까지 했습니다.

외국인들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보다 한국 내 국제학교의 경쟁력에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한국이 홍콩이나 싱가폴 같은 아시아의 경쟁 도시에 비해 외국인 교육 환경이 뒤떨어진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국제학교에 한국인 학생들이 너무 많이 몰려서 마치 영어학원처럼 돼 버렸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학생들은 왜 기를 쓰고 국제학교에 들어가려고 하는 것일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한국 학교보다는 국제학교가 아이에게 훨씬 낫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외국에 보내지 않고서도 외국학교에 다니는 것과 같은 교육을 원하는 부모가 그만큼 많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이런 국제학교마저도 교육의 질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평범한 한국학교의 질은 어느 정도인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일입니다. 조기유학과 해외연수가 자꾸만 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을 위해서, 또 우리나라에 투자할 외국기업을 더 많이 불러들이기 위해서, 국제학교의 질을 높이는 일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우리 학교의 질을 교육선진국 수준으로 높이는 일입니다. 굳이 외국에 나가지 않고도 세계인으로 당당하게 설 수 있는 수준 높은 교육을 우리 땅에서 받을 수 있게 돼야만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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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덕논설위원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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