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대회 사고 몸으로 막은 한진태 경장

  • 입력 2002년 3월 18일 18시 06분


한 교통경찰관의 기지가 17일의 2002동아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서 일어날 뻔했던 큰 사고를 막았다. 서울경찰청 교통순찰대 한진태(韓珍泰·39) 경장이 그 주인공.

17일 오전 한 경장이 경찰오토바이를 타고 마라톤 선두 그룹을 에스코트하며 서울 용산구 동자동을 지나고 있었다. 오전 10시20분경 선두가 7㎞ 지점에 다다랐을 때 한 경장은 오른쪽 골목길에서 돌진해 내려와 막 대로 쪽으로 접어든 하얀색 카렌스 승합차를 발견했다. 차량 주인이 사이드 브레이크 채우는 것을 깜박 잊고 내렸던 것.

한 경장은 순간 선두 그룹 선수들이 위험하다고 판단해 오토바이를 탄 채 그대로 몸을 날려 승합차 왼쪽 앞바퀴에 오토바이가 걸리도록 해 차를 막았다. 달리던 선두 주자가 놀라 조금 옆으로 돌아 달려야 했지만 더 이상의 불상사는 없었다.

“미국의 9·11테러 이후 행사 경호나 에스코트 때는 테러를 항상 염두에 둡니다. 시민이 길가에 서서 모두 박수를 치며 태극기를 흔드는데 차가 골목길에서 갑자기 20여㎞ 속력으로 내려와 음해세력의 소행으로 판단해 적극적으로 제지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이 사고로 오토바이의 앞바퀴가 부서졌고 한 경장도 넘어지면서 약간 다쳤다.

경찰관 생활 10년째인 한 경장은 올림픽조직위원회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가 92년 경찰 채용 공고를 보고 사회봉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경찰이 됐다. 한 경장은 그동안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방범 및 형사업무를 했었고 2000년에 교통순찰대원이 됐다.

태권도 4단의 유단자로 사복기동대 1기 출신이기도 한 한 경장은 98년 동국대 경찰행정 대학원을 졸업했다. 경찰관 생활을 더 잘하려면 좀 더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야간에 공부를 했다.

한 경장은 이번 일로 경찰청장 표창을 받는다. 그는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인데…”라며 겸연쩍게 웃었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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