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연구가 배순자씨 스페인 교민에 한복 기증

  • 입력 2001년 9월 13일 18시 47분


“이국에서 한가위를 맞는 교민들에게 작은 위안이나마 주기 위해 한땀 한땀 정성을 들였습니다.”

경남 진주시 상대동에서 ‘배순자 우리옷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배순자(裵順子·50)씨가 스페인 교민 등을 위해 한복 30여벌을 손수 만들어 진주시에 무상 기탁했다.

배씨의 한복 기탁은 올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 카탈루냐주 한인회 회장을 맡고 있는 진주 출신 이겸순씨(67)의 협조 요청에서 시작됐다.

이 회장은 백승두(白承斗) 진주시장 앞으로 보낸 서신에서 “현지 방송사가 10월 1일 방영할 ‘한국 명절의 민속놀이’라는 기획특집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교민들에게 출연을 부탁하고 있으나 한복이 없어 어려움이 크다”며 “헌옷이라도 구해서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진주시는 고민 끝에 진주시 여성회관 한복과의 강사를 맡으면서 합동결혼식 등에 여러 차례 한복을 기증한 적이 있는 배씨에게 한복수집을 요청했다.

배씨는 “헌옷을 모아 줄 수도 있었으나 지역 특산품인 진주실크를 널리 알리고 진주 출신 동포들에게 민족의 자긍심을 심어주기 위해 새 한복을 만들어 주기로 하고 5월부터 최근까지 정성 들여 작업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인회측이 넘겨준 치수에 맞춰 28벌을 만들고 한복에 관심 있는 현지인들에게 나눠줄 수 있도록 5벌을 추가해 모두 33벌을 진주시에 기탁했다.

진주시는 이 한복을 2개의 박스에 담아 13일 현지로 보냈다. 우리 민속놀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실크제품의 우수성을 알리는 홍보물도 동봉했다. 배씨는 “기탁한 한복이 시가로 치면 1000만원어치가 넘지만 돈보다는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계기가 주어져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진주〓강정훈기자>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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