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실에서]이산가족상봉 특별취재를 나서며

  • 입력 2000년 8월 14일 21시 50분


광복 55돌인 15일 우리는 또 다른 역사적 사건 현장에 서있게 됐습니다. 서울과 평양에서 50여년 오매불망 그리워하던 아버지와 어머니를, 남편과 아내를, 아들과 딸을 만나는 감동 속의 장면을 지켜보는 일입니다. 그러나 또 한편 이번 상봉의 전후를 염두에 두면서 감격적인 장면들을 어떻게 기록하고, 소화해 내야 하는가를 스스로 묻게도 합니다.

저희는 오늘부터 이산가족상봉특별취재팀을 가동했습니다. 남북관계에 이해가 깊고 정치부장을 지낸 이도성편집부국장의 총괄지휘 아래, 이재호정치부장 육정수사회부장 홍석희사진부장을 분야별 취재책임자로 하여 20여명의 일선기자가 특별취재에 나섰습니다.

이번 취재 현장은 북측 가족이 묵는 서울 워커힐호텔, 남측 가족이 머무르는 서울 잠실 올림픽파크텔, 그리고 상봉장소인 서울 역삼동 아셈홀 등 세 곳에 분산돼 있으며 거의 같은 시간 평양에서도 서울에서 간 가족과 북측가족의 상봉이 이뤄집니다. 서울취재는 각 언론사가 각자의 계획대로 펼치지만 평양상봉은 서울에서 파견된 신문 방송공동취재단이 보내오는 기사로 처리합니다. 네 곳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현장이 벌어지는 만만치 않은 취재가 될 것입니다.

역사적인 사건임은 분명하지만 이번 상봉에는 한가지 대전제가 있습니다. 해피엔딩의 완결편 종장(終章)이 아니라 다시 헤어져야 하는 재이별의 시작이라는 점입니다. 저희는 특히 이 점에 유의할 것입니다. 남북관계의 모든 부문이 그렇듯 이번 상봉도 긴 여로의 한곳 통과점에 불과합니다.

감동적인 상봉 장면을 생생하게 전달하되 흥분은 엄격히 자제할 것입니다. 남과 북의 가족이 상봉 현장에서 겪어야 하는 이질감도 기록할 것입니다. 언젠가는 극복해나가야 할 과제를 미리 점검하기 위해서입니다. 북측 가족들이 생소한 서울생활에서 겪게 될 이런저런 어려움은 가급적 보도를 자제할 생각입니다. 전혀 다른 환경에서 생활해온 그들의 자존심을 배려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번 상봉이 우리사회 전체에 미칠 파장과 후유증에 대해서도 가능한 치유방안을 모색할 것입니다. 그리고 종합적으로 이번 상봉이 남과 북에 대해서는 어떠한 메시지를 전해야 하는지를, 국제사회에 던지는 한민족의 메시지에는 무슨 내용이 담겨야 하는지도 신중히 찾아 볼 것입니다.

<최규철 동아일보 편집국장>ki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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