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버스비리를 재론한다

  • 입력 1996년 10월 31일 20시 30분


서울 시내버스의 업체대표들이 수익금을 빼돌리고 경영적자를 조작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서울시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본란이 어제 이미 지적했듯이 서울 시내버스의 경영을 이대로 둘 수는 없다. 경영합리화를 통한 요금인하와 노선 재조정 등 당국의 결단을 거듭 촉구한다. 지금 서울의 시내버스는 89개회사가 운영하고 있다. 버스 수는 총 8천7백25대, 한회사 평균 99대 꼴이다. 회사별 규모차까지 감안하면 기본적으로 서울 시내버스는 경제규모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서울 시내버스는 아직도 영세 차주들이 버스 몇대씩을 넣고 대차주인 회사대표에게 경영을 맡기는 지입제(持入制)경영의 잔재를 벗지 못하고 있다. 그때문에 경영의 합리화는 물론 투명성이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 흑자회사 대표들이 수익금을 개인 앞으로 빼돌릴 수 있었던 것은 그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엇보다 먼저 서울 시내버스회사를 경제규모에 맞게 통폐합, 대형화하는 작업부터 서둘러야 한다. 통폐합하되 수지맞는 노선과 적자노선회사를 섞어 대형화해야 한다. 시내버스업은 대중성이 높은 특수사업이다. 규모부터 합리화하지 않고는 영세노선의 적자를 기준으로 한 만성적인 요금인상과 그로 인한 시민 피해를 막을 수 없다. 그와 함께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버스요금 같은 공공요금은 객관적인 경영감사를 바탕으로 조정되어야 한다. 서울시가 시내버스 회사에 대해 철저한 회계감사를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었다면 이번 같은 적자조작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노선조정 뇌물수수혐의로 서울시 교통관리실장 등이 구속되면서 趙淳서울시장은 31일 사과성명을 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버스노선의 단순화를 포함한 경영합리화의 결단이며 그를 뒷받침할 정책수단의 제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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