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화제도서]佛문단에 떠오른 작가 브람의 '숨 쉬어'

  • 입력 2001년 9월 7일 18시 35분


◇ 파리에서

숨 쉬어/안 소피 브람 지음 화야르 출판사

긴 휴가가 끝나고 입학과 신학년 시작 등 새로운 출발로 설레는 프랑스의 9월. 서점가에는 새 소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 불어로 쓰인 소설만도 369편, 그 중 처녀작은 84편을 차지한다. 이는 예년에 없는 기록으로, 1991년 같은 시기에 출판된 208편의 불어 소설 가운데 처녀작이 47편이었던 것에 비하면 10년만에 거의 두배나 증가한 것이다.

작가 지망생들의 작품이 이렇게 대량으로 출판되는 데는 혜성처럼 나타나는 신인 작가들의 저작권 가격이 미국이나 영국 독일에서는 아주 비싼 반면, 프랑스에서는 처녀작의 출판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증가 요인 중에는 새로운 작품에 대한 독자와 출판사의 호기심과 기대도 빼놓을 수 없다. 1990년, 37세 장 루오의 첫 소설 ‘전쟁터’는 프랑스 최고 문학상인 공쿠루상을 수상하여 문단을 놀라게 했다. 이 소설은 그해 60만 권의 판매를 기록함으로써 출판사에도 행운을 안겨주었다. 1996년에는 파스칼 로제가 38세의 나이에 처녀작 ‘무능력한 사냥꾼’으로 역시 공쿠르 상을 수상했다.

올 가을, 신출내기 작가 중 미디어의 주목을 받는 샛별은 단연 가장 나이 어린 17세의 고등학교 여학생 안 소피 브람. 주요 일간지 ‘르 몽드’는 올해의 첫소설 소개에 그녀의 작품에 큰 지면을 할애했으며, ‘피가로’지는 유망한 신작가 7명 중의 하나로 브람을 뽑았다. 그녀가 언론의 주목 대상이 된 이유는 물론 나이 때문만은 아니다.

브람은 자신의 깊은 곳으로부터 작가가 되기를 바랐다는 것을 늘 알고 있었다고 말한다. 글을 안 6세때부터 읽은 책을 모방해 쓰거나, 스스로 꾸며낸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고, 습작과정을 거친 후에는 빨리 쓰는 훈련을 했다. 14세때는 벌써 소설 하나를 마쳤다. 이번에 나온 소설은 그러니까 그녀에게는 두 번째 소설인 셈으로, 제목은 ‘숨 쉬어’. 이 책을 펴낸 권위있는 화야르 출판사는 브람이 지은 이 제목을 그대로 간직했다.

16세에 두달 만에 썼다는 ‘숨 쉬어’는 19세의 화자가 감옥에서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중학교 때, 반 전체의 우상인 사라와 그의 친구가 된 화자 샤를렌은 지배와 피지배 관계로 발전하고 결국은 비극적 파국에 이르게 된다. 브람은 이 소설을 통해 강자의 정신적 폭력 그리고 우정을 위해 비난과 멸시, 공개적 모욕까지 감수하는 사춘기 시절의 불건전하고 병적인 심리의 전개를 냉철한 시선으로 섬세한 서술, 감각과 감정의 적절한 묘사를 통해 표현했다는 칭찬을 들었다.

또한 언어를 자유롭게 구사하고 처녀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나치게 자전적이거나 인위적인 경향을 극복했다는 것이 평론가들의 한결같은 평이다.

한편, 그릇된 감성과 우정의 환상에 빠져 악까지 저지르게 되는 잔혹성과 폐쇠된 감옥 속에서 의식과 홀로 마주한 청소년의 모습은, 그들에게 올바른 가치관을 제시하지 못하는 현대 기성사회의 문제도 날카롭게 드러내 준다. 그래서 고등학생이 쓴 이 소설은 그의 조숙한 문체, 언어적 재능으로 뿐만아니라 극적인 주제로도 문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조혜영(프랑스 국립종교연구대학원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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