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흔적에 머물다…빈 마리아힐퍼의 부티크 호텔 ‘모토’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2월 19일 22시 09분


호텔 ‘모토’의 객실. 꽃과 새, 식물이 어우러진 고전적인 패턴이 특징이다. Oliver Jiszda
호텔 ‘모토’의 객실. 꽃과 새, 식물이 어우러진 고전적인 패턴이 특징이다. Oliver Jiszda
오스트리아 빈은 오래된 도시다. 한때 제국의 중심이었던 이곳에서는 최첨단 기술이나 번쩍이는 새로움보다, 낡았지만 특별한 무언가를 만나고 싶어진다. 시간이 남긴 흔적과 그 안에 쌓인 이야기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공간. 그런 여행자의 마음에 가장 먼저 응답하는 곳이 마리아힐퍼 슈트라세에 자리한 호텔 ‘모토(MOTTO)’다.

호텔 모토는 미쉐린 가이드가 선정한 ‘미쉐린 키 1개’를 받은 부티크 호텔이다. 총 85개 객실과 6개 스위트를 포함해 91개 객실 규모로 운영된다. 클래식 음악사와도 연관이 깊다. ‘왈츠의 왕’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동생이자 작곡가인 요제프 슈트라우스가 1827년 이곳에서 태어났다.

건물의 역사는 166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골든 크로스’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 뒤, 19세기에는 ‘호텔 쿠머’로 불리며 화가와 작가, 음악가들이 모여들던 예술가들의 살롱 역할을 했다. 1904년 개보수 과정에서도 로비의 기울어진 모서리와 대형 기둥 같은 구조적 특징은 그대로 보존됐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군이 주둔했던 시기를 거치면서도 상층부 인테리어 일부는 남아 있다.

크리스마스 느낌이 물씬 나는 호텔 ‘모토’의 외관. ©Inge Prader
크리스마스 느낌이 물씬 나는 호텔 ‘모토’의 외관. ©Inge Prader
호텔 위치의 과거를 들여다 보면 더욱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 오늘날 가장 트렌디한 쇼핑 거리로 알려진 마리아힐퍼 슈트라세는 과거 쇤부른 궁전으로 향하던 주요 이동 축이었다.

호텔 모토의 콘셉트는 ‘빈과 프랑스 파리의 만남’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감성이 단순히 ‘마케팅 포인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호텔 모토의 세일즈·마케팅 총괄 이사인 롤란트 에겐호퍼(Roland Eggenhofer)는 “호텔의 오너가 파리와 프랑스 요리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는 데다, 전후 프랑스군이 이 건물을 사용했던 역사적 맥락도 호텔의 정체성에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실제로 로비와 일부 공간에는 경매를 통해 파리 리츠 호텔에서 들여온 샹들리에와 조명, 빈티지 가구들이 사용되고 있다.

외관은 빈 장인 공예의 정수가 응축된 모습이다. 르네상스와 바로크를 바탕으로 고딕과 비잔틴 요소가 겹쳐진 파사드, 탑과 돔의 구성은 세월 속에서도 온전히 보존됐다.

실내로 들어서면 요즘 호텔 같지 않은 분위기가 물씬 난다. 금빛 램프가 은은하게 빛나는 로비, 꽃무늬 패브릭 벽지와 거울, 샹들리에가 어우러지며 1920년대 파리로의 짧은 ‘플래시백’을 만들어낸다. 고전적인 느낌의 엘리베이터, 차분한 핑크색 위주의 객실 인테리어는 비밀 공간으로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이곳에 머문다면 조식은 꼭 먹는 것이 좋다. 호텔 모토의 모기업은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케이터링 업체로, 대통령실과 글로벌 패션 브랜드의 주요 행사를 책임져왔다. 7층 레스토랑 ‘셰 베르나르’에서도 그 내공이 드러난다. 단품으로 제공되는 조식은 익숙한 메뉴지만 완성도는 분명 다르다. 1층 베이커리에서 직접 구워 제공하는 빵도 조식의 만족도를 끌어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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