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사'관련 韓-中 기자 격론

  • 입력 2004년 8월 5일 17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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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가 중국의 변경정권이라는 점을 학자들이 새로 발견했기 때문에 보도했을 뿐이다."(중국 기자)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가 한국사 부분에서 '고구려'를 삭제한 것은 한중 외교당국간의 합의위반이다. 중국매체가 최소한 합의위반이란 사실은 보도했어야 했다."(한국 기자)

5일 서울 세종로 외교통상부 청사 17층 회의실에서는 한국과 중국의 외교부 출입기자단이 고구려사 문제를 놓고 1시간 이상 열띤 토론을 벌였다.

샌드위치 점심을 곁들인 이날 토론은 양국간 취재관행의 차이를 묻는 '탐색전'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한국의 A 기자가 "한중일 3국의 축구경기 때 한중은 서로를 응원했으나 고구려 문제에 대해선 시각이 엇갈린다"고 문제를 제기, 본격적인 토론이 시작됐다.

중국 측에선 기자단을 인솔한 중국 외교부 신문사(대변인실) 부국장이 발언을 주도했다. 그는 "지금 내 앞에서 방송카메라가 돌고 있기 때문에 원고를 참고하겠다"며 준비된 원고를 읽어 내려갔다. 고구려 문제는 학술문제이며, 중국은 이 문제가 정치화하거나 한중 우호관계가 손상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요지였다.

이에 한국의 B기자가 "한중 기자교류의 취지에 맞게 기자들이 답변해 달라"고 요청, 냉랭한 분위기 속에 격론이 이어졌다.

중국 환구시보의 C 기자가 "'고구려는 역사적으로 중국의 변방정권이었다'는 새로운 역사적 사실을 중국학계가 발견했다는 학자적 관점을 보도한 것"이라고 주장하자 한국기자들은 '외교적 합의위반'을 따졌다.

한국 기자들은 "양국이 올 2월 고구려사 문제에 대한 학술적 접근원칙에 합의했는데도, 중국 외교부가 두달 뒤 홈페이지에서 고구려 부분을 삭제한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문제를 지적했다.

이에 중국 청년보의 D 기자는 "고구려는 중국의 땅에 있었고, 중국 영토의 일부분이다. 그렇지만 역사는 한국민족의 것"이라며 "우리는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고구려사 문제를) 조용히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토론 말미에 한국의 E 기자는 "역사의 해석은 이념 정치제체 문화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중국 언론이 중국외교부의 약속위반에 대해 한국정부가 강력히 항의했다는 단순한 사실조차 보도하지 않은 것은 언론의 본령에서 어긋난다"고 거듭 강조했다.

중국 기자들은 더 이상 대응하지 않고 다음 일정을 이유로 자리를 떴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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