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A선택 2004]‘10월의 충격’… 박빙 판세 뒤흔들어

  • 입력 2004년 10월 31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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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접전 양상의 미국 대통령 선거전에 ‘오사마 빈 라덴 비디오테이프 폭탄’이 터졌다. 투표 시작 100시간도 남겨 놓지 않은 지난달 29일 오후 미 전역에 공개된 알 카에다 지도자 빈 라덴의 비디오테이프는 예상과 달리 실제 폭탄테러는 아니었다. 그러나 사소한 악재가 발생해도 승패가 뒤바뀔 수 있는 두 후보의 지지도 차를 고려할 때 ‘비디오테이프 폭탄’의 위력은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빈 라덴 뭘 노렸나

빈 라덴이 건재를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테이프 공개 시점 등을 볼 때 임박한 미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존 케리 민주당 후보 가운데 누구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의도로 테이프를 제작해 공개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빈 라덴이 케리 후보보다는 부시 대통령을 ‘다음 4년의 파트너’로 선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내 아랍협회 회장인 제임스 조그비는 지난달 30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빈 라덴이 부시를 차기 백악관의 주인으로 선호한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라크전은 빈 라덴이 이슬람 전사들을 대거 육성할 수 있게 한 환상적인 무대였고 부시 행정부는 빈 라덴의 입맛에 꼭 맞게 행동했다”고 말했다.

빈 라덴은 테이프 공개가 미국 유권자들의 반(反)테러리즘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부시 대통령에게 막판 호재가 될 것임을 충분히 의식할 만큼 ‘영리’하다는 게 조그비 회장의 설명이다.

■선거에 영향은?

빈 라덴 테이프가 공개되자 이라크 폭발물 실종과 경제문제 등 모든 선거 이슈가 대테러전쟁에 묻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테러전쟁 수행 능력’에서는 부시 대통령이 케리 후보에게 앞서 있는 만큼 유권자들에게 ‘미국은 전쟁 중’이라는 메시지를 환기시켜 부시 대통령에게 도움을 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뉴스위크 여론조사에서도 대테러전에서는 부시 대통령이 56 대 37로 케리 후보를 압도하고 있다.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대통령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고 세인트루이스 대의 조엘 골드스타인 교수(정치학)는 “케리 후보에게 악재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아이오와대의 마이클 루이스벡 교수(정치학)는 “케리 후보는 ‘왜 이런 자가 아직도 우리를 협박하도록 방치하고 있는가’ ‘왜 그를 잡지 못하는가’라고 반문하며 대통령을 코너에 몰고 싶겠지만 외부의 위협은 대개 최고사령관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다시 성조기 아래 모여들 것”이라며 “테이프의 직접적인 효과는 크지 않겠지만 표심을 조금만 변화시켜도 결과는 심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유권자들이 이미 ‘10월의 충격(October Surprise)’설에 익숙해 있어 테이프의 실제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막판 판세=지난달 30일 발표된 여론조사도 기관별로 선두 후보가 달랐다. 부시 대통령은 대체로 46∼49%, 케리 후보는 47∼49%의 지지율을 얻으며 혼전을 계속했다.

시사주간 뉴스위크 조사만 부시 대통령이 4%포인트 이상의 격차로 케리 후보를 앞선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선거인 확보 수도 조사기관마다 엇갈려 워싱턴 포스트는 부시 대통령이 27개 주에서 우세를 보이며 선거인단 227명을 얻었지만 케리 후보는 18개 주에서 232명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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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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