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동 이야기]“의붓자식 같은 심정으로 일해 왔다”

  • 입력 2005년 3월 4일 18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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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김형욱(金炯旭) 전 대통령사회조정3비서관이 청와대를 떠난 데 이어 5일에는 윤석중(尹晳重) 해외언론비서관이 보따리를 싼다.

두 사람은 김대중(金大中·DJ) 정부에 이어 노무현 정부에서도 청와대 근무를 계속해온 ‘DJ 사람’. 김 전 비서관은 DJ가 1995년 국민회의 총재일 때 비서를 지냈다. 윤 비서관은 2003년 2월 25일 노 대통령 취임 당일부터 퇴임한 DJ를 보좌할 계획이었으나 하루 전날 “청와대에 남아 달라”는 요청을 받고 눌러앉았다.

두 비서관은 물론 행정관으로 있던 DJ 때 사람들도 하나 둘씩 떠나면서 이제 청와대에 남은 DJ 사람은 서너 명의 행정관뿐이다. 권찬호(權贊晧) 의전비서관과 강원국(姜元國) 연설담당비서관이 DJ 때 행정관으로 들어왔지만, 노 대통령의 부산상고 후배인 권 비서관은 행정관료 출신이고 강 비서관은 연설문 전문가라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청와대에 잔류했던 DJ 사람들은 남모를 심적 부담을 겪기도 했다. 행정관으로 있다가 지난해 청와대를 떠난 한 인사는 “2003년 초 대북송금사건에 대해 특검 수사 결정이 났을 때 마음고생이 아주 컸다”며 “마치 의붓자식 같은 복잡한 심경으로 일해 왔다”고 전했다.

이들이 청와대를 떠난 것도 꼭 자의에 의한 것만은 아니다. 지난해 4·15 총선 후 열린우리당을 비롯한 여권 내에서 청와대 근무 희망자가 줄을 섰고, 총무비서관실에서는 자리를 만들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오래 근무했던 분들은 결단을 내려 달라”고 권유해 왔다. 그 과정에서 “살생부가 만들어졌다”는 얘기도 나왔고, “나가 달라”는 통보를 받은 일부 행정관은 “인사고과가 나쁘지도 않은데, 왜 나가라고 하느냐”고 반발하는 일까지 있었다는 후문이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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