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투 건강 핫클릭]“관절 내시경 수술 함부로 받지마세요”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입력 2020-09-17 03:00수정 2020-09-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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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수술 전문가’ 해리스 박사, 관절 내시경 수술 과잉진료 지적
국내 의료진 “좌식 문화 한국에선 환자에 따라 수술-약물 치료 권유”
지난달 25일 열린 ‘이안 해리스 박사와 함께하는 관절 건강 세미나’에서 김진구 한양대 명지병원장(오른쪽에서 세 번째)과 서동원 바른세상병원장(오른쪽에서 두 번째), 심재앙 가천대 길병원 교수(맨 오른쪽)가 무릎 퇴행성 관절질환 수술의 효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정형외과 교수인 해리스 박사는 온라인을 통해 세미나에 참여했다. 주현희 스포츠동아기자 teth1147@donga.com
‘관절내시경 수술이 다른 비수술 치료 대비 어떤 효과가 있나요?’

퇴행성 관절 질환을 가진 환자가 의사한테서 수술을 권유받는다면 반드시 물어야 할 질문이다. 무릎 퇴행성 관절 질환으로 고통받는 국내 환자들을 위해 국내외 정형외과 전문의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달 25일 스포츠동아 주최로 열린 ‘이안 해리스 박사와 함께하는 관절 건강 세미나’에서다. 이안 해리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정형외과 교수와 김진구 한양대 명지병원 병원장(정형외과), 서동원 바른세상병원 병원장(정형외과·재활의학과), 심재앙 가천대 길병원 교수(정형외과)가 참석해 무릎 퇴행성 관절 질환 수술의 효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무릎수술 전문가인 해리스 박사는 우리가 받았던 수술이 과연 효과적인 수술법인지 돌이켜보게 한 ‘가짜 수술(누구도 말해주지 않는 비과학적 수술의 진실)’이라는 책을 국내에서 출간해 화제가 됐었다.

○ 해리스 박사 “관절내시경 수술 효과 없다”

이날 해리스 박사는 “외과 의사들은 본인이 하는 수술 효과를 과대평가하고, 실제로는 효과적이지 않더라도 효과적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면서 “고관절 경미골절로 전치환술을 받은 환자들과 수술한 의사들의 만족도 조사에서 환자는 44%, 의사는 67%가 수술 만족도를 보였다”고 말했다. 환자보다는 의사가 더 만족했다는 것이다. 해리스 박사는 무엇보다 치료에서 약물이나 수술의 실제 효과를 정확히 알기 위해선 충분한 증거가 쌓여야 한다고 했다. 특히 무릎연골 절제술의 경우 의사들은 관절내시경 수술이 증상 완화 등의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플라세보 효과로 비교했을 때 우월하지 않거나 오히려 열등했다는 것이 논문으로 확인됐다는 것. 이 때문에 호주에선 연골 손상의 경우 관절내시경 수술이 급격하게 줄었다. 해리스 박사는 “외과의사는 스스로 수술효과를 기대하거나 환자가 나아졌다고 생각하는 것에 기대지 않고, 과학적인 입증을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한국은 관절내시경 필요한 환경

김 병원장은 한국이 미국, 일본에 비해 무릎 퇴행성 관절 질환의 일종인 무릎연골 절제술 환자가 최대 9배 이상 많다는 점을 들어 통계상 한국이 과잉 수술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병원장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서 국내 무릎연골 절제술 환자는 인구 10만 명당 154명으로, 미국 17명, 일본 22명보다 월등히 많다”면서 “이는 한국의 생활방식에 기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즉 온돌이라는 특유의 좌식 문화로 집에서는 대부분 앉아서 생활하기 때문에 고령층에서 무릎 관절 뒷부분을 짓이기게 되는 연골 손상(퇴행성 반월상 연골 횡파열)이 많아 수술 건수가 많다는 것. 또 한국은 병원 접근성이 뛰어나고 환자들은 통증을 참기보다 수술을 통해 빠르게 이를 해소하고 싶어 하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병원장은 “한국은 수술이 아닌 보존적 치료를 권할 때 그 대안으로 약물치료 외에 환자 스스로 무릎 관절을 보호할 수 있는 운동치료가 있지만 아직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운동치료 보급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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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술을 안 했을 때 효과를 반드시 질문하라

서 병원장은 직접 경험한 3가지 환자 사례를 발표하며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진단에 의한 치료가 수술이냐 보존적 치료냐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즉 휜다리로 인해 무릎연골 손상이 온 환자를 관절내시경으로 무릎연골을 치료할 게 아니라 근본적인 휜다리 교정부터 먼저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심 교수는 “올바른 수술이라 함은 어떤 환자를 어떤 방법으로 치료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다”며 “수술을 하고 안 하고의 상황이라기보다, 수술을 하지 않았을 때 환자의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이나 수술을 할 때의 이차적인 영향에 대해 경험을 갖춘 외과의사로서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외과의사는 환자들의 자가 치유 능력, 본인의 의지, 직업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야 하고, 단기적으로는 환자가 일상생활로 얼마나 빠르게 복귀할 수 있느냐는 관점도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는 의미다.

이날 세미나에서 의료진들은 무릎 퇴행성 관절 질환의 내시경 수술에 관한 전 세계 의료 환경 차이와 수술효과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특히 세계 어디서나 과잉진료 문제가 불거지고 있으며, 수익 창출을 원하는 의료기관과 내가 받는 수술이 꼭 필요한지 확인하고 싶어 하는 환자들 사이의 갈등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것에 동의했다. 해리스 박사는 “수술을 권유 받을 때 환자는 의사에게 다른 환자는 어땠는지, 내가 수술을 받으면 좋아질지에 대해 의사에게 묻지 말라”면서 “그 대신 이 수술을 받았을 때와 받지 않았을 때의 차이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물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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