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별별과학백과]바나나 껍질을 밟으면 왜 미끄러질까?

이윤선 동아사이언스기자 입력 2015-01-21 03:00수정 2015-01-21 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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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연구팀이 밝힌 ‘바나나 껍질의 비밀’
바나나 껍질의 마찰계수 측정해보니, 사과 귤 유자 보다 3분의1 정도 작아
어제 친구랑 자동차 경주 게임을 할 때였어. 아이템을 먹고 힘이 난 내 차가 속도를 내면서 친구 차를 앞지를 절호의 기회였지. 1등을 할 생각에 동공은 커지고 입꼬리가 올라가는 순간, 친구가 던진 바나나 껍질에 내 차는 빙글빙글 미끄러졌고 그 사이 친구가 1등을 해 버렸어. 아∼, 바나나 껍질! 바나나 껍질이 이렇게 미끄러웠나? 호기심이 마구 생겨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한 과학자들이 있더라고! 일본 기타사토대 마부치 기요시 교수팀이 바나나 껍질은 왜 미끄러운지 연구하고, 올해 이그노벨상도 탔대. 바나나 껍질에는 무슨 비밀이 있는 걸까?

○ 왜 미끄러질까?

한겨울 빙판 위를 걷다가 꽈당, 물기가 남은 학교 바닥을 걷던 친구들이 꽈당, 방바닥에 떨어진 비닐을 밟은 동생도 꽈당! 이렇게 미끄러운 바닥 위에서는 트위스트 추듯 미끄러지는 발을 내 맘대로 하기가 힘들어. 바나나 껍질의 비밀을 알아내려면 우선 왜 미끄러지는지부터 알아봐야겠지?

우리가 걸을 수 있는 건 ‘마찰력’ 덕분이야.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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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찰력은 물체의 운동을 방해하는 힘 아니냐고? 맞아. 상자를 미는 게 힘든 것도, 굴러가던 공이 멈추는 것도 모두 운동의 반대 방향으로 생기는 마찰력 때문이야. 그런데 걸을 때는 우리가 발로 땅을 뒤로 밀면서 그 힘만큼 바닥이 나를 앞으로 미는 마찰력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나아갈 수 있어.

만약 걷는 과정에서 마찰력이 작아지면 우리는 발로 땅을 디딜 수도 없고 바닥도 나를 밀지 못해. 앞으로 나갈 힘을 받지 못하는 거지. 그럼 내가 원하는 대로 앞으로 걷지 못하고 다리가 헛도는 미끄럼을 느끼게 돼. 빙판에서 스케이트를 신고 걸어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맴도는 것처럼 말이야. 이때 몸의 무게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하면 결국 넘어지고 말아.

발과 바닥처럼 두 표면 사이의 마찰 정도를 ‘마찰계수’라고 해. 마찰계수가 작을수록 마찰력이 작아져 더 쉽게 미끄러진다는 뜻이지. 마찰계수는 접촉하는 두 표면의 상태에 따라 결정돼. 그래서 바닥에 얼음이나 물, 비닐 같은 물질이 있으면 마찰계수가 달라져서 쉽게 미끄러지는 거야.

○ 왜 바나나 껍질일까?

자동차 경주 게임에서 친구 차를 미끄러지게 만들기 위해 던지는 아이템도 ‘바나나 껍질’, 개그맨들이 웃음을 위해 밟고 넘어지는 것도 ‘바나나 껍질’! 바나나 껍질은 어느샌가부터 미끄러운 물질의 대표 주자가 되었지. 그런데 왜 하필 바나나 껍질일까? 사과 껍질, 귤 껍질 등 껍질의 종류는 다양한데 말이야.

마부치 교수는 먼저 발바닥과 바나나 껍질 사이의 미끄러운 정도를 보기 위해 다른 과일들과 비교하기로 했어. 바나나 껍질의 매끈한 바깥 면이 발바닥과 닿게 하고, 과육이 있는 안쪽 부분이 바닥을 향하게 위치하게 놓았지. 그리고 사과와 귤, 유자 껍질도 마찬가지로 놓고 직접 밟아 봤단다. 그랬더니 다른 과일보다 바나나 껍질을 밟을 때 마찰계수가 3분의 1 정도 작았대. 말린 바나나 껍질보다는 5분의 1, 아무것도 없이 발이 바닥에 직접 닿는 경우보다는 무려 6분의 1만큼 작았지.

그럼 바나나 껍질을 뒤집었을 땐 어땠을까? 과육이 있는 껍질 안쪽이 발바닥에 닿게 놓고 밟아 보니, 반대인 상황보다 마찰계수가 2배 이상 크게 나타났어. 바나나 껍질이 다른 과일 껍질보다 더 미끄럽고, 특히 껍질 안쪽이 바닥에 닿게 놓여 있을 때 더욱 미끄럽다는 거지.

○ 바나나 과육이 ‘졸(sol) 상태’로 바뀌기 때문!


바나나 껍질도 어느 면을 밟느냐에 따라 미끄러운 정도가 다르다니! 하지만 생각해보면 우리가 바나나 껍질을 밟고 미끄러지는 현상은 신발과 바나나 껍질이 아니라 껍질과 바닥에서 일어나. 그래서 미끄러져 넘어질 때 바나나도 함께 날아가잖아∼. 그럼 바나나 껍질과 바닥 사이에서는 무슨 일이 생기는 걸까?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바나나 껍질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봤어. 그 결과 껍질 안쪽이 수 μm(마이크로미터)의 동글동글한 과립들로 이뤄져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어. 과립들은 아주 얇은 막으로 둘러싸인 젤(gel) 상태였지.

그런데 껍질을 밟는 순간 이 과립들이 짓눌리고 막이 터지면서 안에 있던 내용물들이 흘러나와 졸(sol) 상태로 변했어. 젤리처럼 말랑말랑한 고체 형태였던 젤 과립이 액체 형태인 졸 상태로 변하면서 이리저리 움직이는 성질이 생긴 거지. 이렇게 졸 상태로 변한 과립들 때문에 바닥에서 훨씬 잘 미끄러지게 된 거야. 마부치 교수는 이 연구로 일반인들에게 과학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을 인정받아 올해 이그노벨상 물리학 분야에 선정됐지!
:: 이그노벨상이란? ::

‘진짜 있을 것 같지 않지만 진짜(Improbable Genuine)’라는 뜻의 ‘이그’를 붙인 괴짜 과학상. 물리학, 화학, 의학, 경제학, 심리학 등 10개 분야에서 기발하고 독특한 연구 성과를 이뤄낸 사람에게 수여한다. 미국 하버드대의 과학잡지 에어(AIR)가 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1991년에 만들었다.

글 이윤선 어린이과학동아 기자 petite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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