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성 폐암환자에게 진단 초기부터 완화의료를 제공하였을 때 환자의 삶의 질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생존 기간도 2달 이상 늘릴 수 있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완화의료(Palliative Care)는 암 환자가 겪게 되는 통증, 우울, 불안 등의 신체적, 심리적 고통을 경감해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의료행위. 수술 또는 항암제나 방사선을 이용하는 일반적인 치료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미국 하버드대 부속병원인 매사추세츠 제너럴병원에서 2006년 6월∼2009년 7월에 새로 진단받은 진행성 폐암환자 151명을 대상으로 일반적인 암 치료만 받은 74명과 완화의료 서비스까지 제공받은 77명을 비교한 결과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의학저널인 뉴잉글랜드의학저널 최신호에 실렸다.
이 논문에 따르면 삶의 질을 평가하는 척도를 이용하여 조사한 결과 완화 치료군에서는 136점 만점에 98.0점으로 일반 암치료군 91.5점보다 높았다. 우울증이 나타나는 비율도 완화 치료군에서는 16%였던 반면 일반 암치료군에서는 38%에 달했다.
완화 치료군은 평균 생존기간도 2달 이상 길었지만 말기 환자에게 통상 제공되는 ‘불필요한 의료행위’ 비율도 33% 정도였다. 항암제 치료군은 54%.
연구팀은 논문에서 “일반적인 암 치료를 받은 집단에서는 우울, 불안, 성기능 감퇴 같은 항암제 부작용을 환자가 고스란히 감수해야 하는 것으로 여겼다”며 “그러나 완화 치료군은 치료 초기부터 전문 의료팀이 적극적으로 환자의 증상을 돌봐줬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선진국에서는 암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진단 초기부터 완화의료를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그동안 완화의료는 ‘치료’가 아니라는 관념이 강했으나 이번 결과는 완화의료가 적극적인 암 치료의 효과를 향상시키고 환자의 삶의 질을 높여 준다는 사실을 증명한 셈이다.
김열 국립암센터 호스피스완화의료사업과 과장은 “국내에서는 완화의료가 치료를 포기한 말기암 환자에게만 제공되는 것으로 잘못 인식돼 있다”면서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을 높이려면 이번 연구결과처럼 진단 초기에 일반적인 암 치료와 더불어 완화의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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