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빨리’가 병 재촉한다

  • 입력 2009년 4월 27일 02시 58분


엘리베이터 타자마자 ‘▶│◀’ 버튼 꾹…

자판기커피 다 나오기도 전에 문 덜컥…

《엘리베이터를 타자마자 닫힘 버튼부터 누른다. 음식을 시키면서 “빨리 주세요”라고 재촉한다. 커피자판기에서 커피가 다 나오기 전에 컵부터 꺼내는 일도 흔하다. 경쟁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해 ‘빨리빨리’를 외치는 삶은 몸과 마음에 심한 스트레스를 준다. 조급한 마음은 고혈압 외에 소화기 장애, 위·십이지장궤양, 관상동맥질환, 호흡곤란, 당뇨병, 비만을 유발하는 요인이다. 빨리빨리 증후군이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아봤다.》

○ 바쁠 때는 응급호르몬 분비

조급한 생활은 심장 건강에 좋지 않다. 집중해서 일을 처리할 때 우리 몸은 응급호르몬이라고 할 수 있는 ‘카테콜라민’을 분비한다. 이 호르몬은 심장을 빨리 뛰게 하고 근육에 힘이 들어가게 하며 호흡을 빨라지게 한다. 덕분에 우리 몸은 빨리 움직이지만 장기간 지속되면 혈압이 내려올 틈도 없이 계속 흥분 상태에 노출되고 고혈압이 찾아온다. 지속적인 스트레스는 협심증 심근경색 같은 심장병을 3배나 많이 발생시킨다.

근육도 영향을 받는다. 뒷목이 뻣뻣해지고 머리가 아픈 ‘긴장성 두통’, 속이 더부룩하고 설사와 변비가 번갈아 생기는 ‘과민성 대장 증상’, 감기에 쉽게 걸리고 피로가 풀리지 않는 ‘만성피로증후군’이 대표적이다. 여성의 경우 가슴이 답답하고 속에서 뭔가 치밀어 오르며 심장이 두근거리는 불면증도 많이 생긴다. 성격이 급하면 운동을 할 때 무리한 목표를 세우고 빨리 승부를 보려다가 부작용이 종종 발생한다. 몸이 제대로 준비 안 된 상태에서 운동을 하면 무릎과 발목을 다칠 수 있으므로 준비운동을 반드시 해야 한다.

○ 위장장애-비만으로 이어져

한국인의 식사 시간은 유난히 짧다. 심리 상태에 가장 직접적으로 반응하는 위는 바쁘게 사는 사람일수록 탈이 잘 난다.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에 소화제가 발달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심장병위험 3배… 불면증-위장병 불러

복식호흡-명상법, 심신 안정에 효과적

빠른 식사 속도는 위염이나 기능성 위장 장애의 원인이 된다. 갑자기 많은 음식을 먹으면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이 부담을 갖게 되고 쉽게 포만감을 느끼지 못해 식사량이 늘어난다. 반복하면 당뇨 조절에 악영향을 미친다. 빨리 먹으면 대뇌의 포만중추가 포만감을 느낄 시간(약 10분)도 없이 음식이 계속 들어가 비만으로 이어지기 쉽다.

위가 비만 방지 기능을 제대로 하려면 음식을 다 먹는 데 20분 이상은 잡아야 한다. 식사는 10번 이상 꼭꼭 씹어 먹고 한 끼 먹는 데 20분 이상 걸리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해야 소화액 분비도 잘되고 치아, 잇몸, 위장 건강에 골고루 도움이 된다. 밥, 된장국, 김치, 나물 등 전통식품과 각종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 있는 제철 음식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

○ 좋아하는 글귀 되뇌며 생각 정리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하는 빨리빨리 증후군에서 벗어나려면 어떤 일을 하기 전에 숫자를 10까지 세어보자. 급했던 마음이 가라앉고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 다른 사람에게 쉽게 화를 내는 일도 줄어든다.

정신이 없을 정도로 조급한 상태라면 심호흡을 크게 한다. 크게 숨을 들이쉬고 1초 정도 참은 후 3초 정도 길게 내쉬는 방법이다. 심호흡은 우리 몸의 안정을 찾아주는 신경을 활성화해 정신을 가다듬어 준다. 평소 좋아하는 글귀, 명언, 잠언을 기억하고 있다가 바쁠 때 마음속으로 되뇌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복식호흡이나 명상법은 평소 긴장된 몸을 이완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복식호흡은 부교감신경을 활성화시키는데 이 부교감신경이 바로 심신을 이완 모드로 이끈다. 평소 한 박자 쉬어가는 습관을 들이면 몸의 긴장이 풀리고 매사에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 있다. 또 위와 장을 충분히 쉴 수 있게 해줘 과식, 소화불량, 위궤양을 피하고 비만, 당뇨, 고혈압 같은 성인병을 예방한다.

(도움말=김미영 한강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권영훈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 교수)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긴장 푸는 ‘1분 충전법’

잔상보기 오래하면 머리 개운

눈감은 채 숫자 그리면 잡념 싹

하루하루 바쁘게 살지만 일한 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효과적으로 일을 하기 위해서는 바쁜 일상 속에서 긴장을 풀고 에너지를 충전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우종민 서울백병원 신경정신과 교수는 “일과 휴식의 균형을 맞추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 교수가 개발한 ‘1분 충전법’은 에너지가 필요하거나 머리를 맑게 하고 싶을 때 짧은 시간 안에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기술로 언제 어디서나 간단하게 활용할 수 있다.

1단계는 ‘잔상 보기’다. 우선 눈을 감고 손을 툭툭 털면서 어깨에 힘을 빼고 축 늘어뜨린다. 아래 그림(그림1)을 보면서 심호흡을 한다. 하얀 링 모양을 보다가 하얀 링이 크게 부각되는 느낌이 들면 눈을 감는다. 링 모양 또는 원형의 잔상이 보인다. 형태가 조금씩 변할 수 있지만 변하면 변하는 대로 시선을 고정하고 잔상을 바라본다. 계속 바라보면서 천천히 심호흡을 열 번 한다. 약간 멍한 상태가 된다. 눈을 뜨면 머리가 맑아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익숙해지면 그림을 보지 않은 채 눈을 감고 잔상에 집중하면서 심호흡을 한다. 심호흡을 열 번 하면 1분이 걸리는데 머릿속이 개운해진다.

잔상 보기가 잘되면 2단계인 ‘숫자 그리기(그림2)’로 넘어간다. 눈을 감은 상태에서 호흡을 한 번 내쉴 때마다 1, 2, 3, 4, 5, 6, 7 이런 식으로 숫자를 그린다. 1은 작게 시작해 점점 숫자를 크게 그려나간다. 눈 감은 상태에서 시야를 가득 채워가도록 한다. 호흡은 평상시처럼 하되 숫자를 그리는 것과 박자를 맞춰서 규칙적으로 하면 된다. 굳이 심호흡을 할 필요는 없다. 열 번 호흡하면 1분 정도 시간이 흘러가는데 6이나 7을 그릴 때쯤이면 잡념이 없어지고 평온한 상태가 된다. 그러면 옆에서 떠드는 소리가 들려도 별로 개의치 않게 된다. 충전이 끝나면 주먹에 힘을 꽉 주었다가 펴면서 호흡을 크게 하고 눈을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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